"한국,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 제재' 이용 안 할 듯"<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보도…"한국, 중국의 '한미관계 이간질' 간주"
"미중분쟁 끌려들어가"…전문가, 중국 '사드식 보복' 우려 거론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한국이 중국의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중국 내 공급 부족을 메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자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잃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중국의 조치를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핵심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마이크론 사태를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가 내주는 허가에 의존해 중국에서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한국의 결정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미국의 잇단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맞대응 격이었다.
'마이크론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최근 한국에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안덕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손을 내밀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한국의 최고 안보 파트너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통상 파트너"라며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결정 때문에 기술 접근과 국가안보를 둘러싼 미중분쟁에 끌려들어 갔다"고 해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경우 보복을 받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마이크론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두 세계에서 모두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는 데 힘을 보태지 않는다면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한국 기업들을 징벌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안덕근 본부장과 왕원타오 부장의 회담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반도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이 미국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할지, 미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긴장 수위를 낮추고 지난 25일 상무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고위급 대화를 복구하려고 시도했다.
다만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단호히 반대", "용납 불가" 등 표현을 쓰며 마이크론 제재를 지난 27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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