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APEC 계기 왕원타오 中상무부장과 만나
中 "반도체 산업망·공급망 대화·협력 강화에 의견일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국과 중국의 통상 분야 장관급 인사가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을 논의했다.
27일 중국 상무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채널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26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무역장관 회의 계기에 만나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수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한중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본부장은 "한국은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 관계를 더 심화시키고, 역내 및 다자 틀 아래 양국 간 협력 영역을 확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다.
왕원타오 부장은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중한 경제·무역 관계가 심화·발전했다"며 "중국의 수준 높은 대외 개방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자 무역 및 투자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비롯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양자 및 지역에서의 협력과 다자 차원의 경제·무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 장관급 인사 간에 회동이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최근 한·미·일에 대해 정치적으로는 각을 세우되, 경제 영역에서는 협력을 모색하는 '정랭경온' 기조를 보여왔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중국 측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대중국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그에 일본과 네덜란드 등의 동참을 유도하는 등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첨단 반도체 분야 디커플링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지난 21일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하자, 미국 의회발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대체 공급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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