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협상 주말 '고비'…하원의장 "진전 있고 타결까지 협상"
내달 1일 디폴트 경고 속 의회, 29일까지 휴회…바이든도 '연휴 모드'
주말에 실무협상 이어질 듯…재무부 부장관 "수정헌법 14조 고려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이르면 내달 1일로 예고된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백악관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협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아직 최종 타결에 이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사상 초유의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주말에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이번 주말이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 "전날(25일) 저녁 실무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최종 타결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매카시 의장은 "최종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도 협상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양측이 2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대신 현재 31조4천억달러(약 4경2천조원) 규모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혔다고 보도했다.
재량 지출 가운데 국방과 보훈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매년 세수를 초과하는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발행하며, 이 부채의 한도는 의회에서 결정한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하원에서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사회보장 등 분야에서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예산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하원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고,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도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양당이 대립해왔다.
재무부는 이와 관련해 내달 1일까지 의회에서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미국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경제적 재앙으로 불리는 디폴트 사태가 실제로 발생하면 연금을 비롯해 군인들의 급료 등 도래하는 지출을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종의 부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차기 합참의장 지명 행사에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며 디폴트는 옵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방법은 초당적 합의로, 이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며 "의회는 지금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주말에 실무협상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내부 설득 및 법안 처리를 위한 실무 절차를 고려하면 시한은 빠듯하다.
의회는 미국의 현충일인 29일 메모리얼 데이까지 휴회한다. 이른바 '엑스 데이트'(X-date)를 이틀 앞둔 30일에야 다시 문을 여는 것이다.
하원의 경우 법안 처리를 위해 사흘간 숙려 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물리적 시한은 아주 촉박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메모리얼데이 연휴 모드에 들어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 휴식을 취한 뒤 28일부터는 윌밍턴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내부 강경파 설득 역시 관건이다.
공화당 강경 보수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이 처리한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해 자체적으로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 이행은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으로, 일부 헌법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아도 대통령에게 국채 발행 권한이 부여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을 비롯해 다수는 위헌 소송 및 부작용 등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대통령은 수정헌법 14조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14조 발동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의회가 그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은 가능한 조속히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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