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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율 상승에 샌프란시스코 떠나 런던 가는 美 IT 기업가들
1년새 살인 25%·강도 15%↑…미국인, 런던 부동산 '큰손' 떠올라
캐시앱 창업자 피살에 불안 증폭…'트럼프 재선 우려'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 테크기업들의 요람 실리콘밸리에서 강력 범죄가 늘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던 정보기술(IT) 기업 대표 다수가 영국 런던으로 떠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올들어 현재까지 약 5개월간 2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었다. 강도 사건 역시 15% 증가했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모바일 결제·이체 서비스인 캐시앱(Cash App) 창업자 보브 리 피살 사건이 있다.
43세의 나이에 이미 IT 업계 거물로 인정받았던 그는 상류층 '지하 파티'에서 만난 한 여성의 오빠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리가 숨진 뒤 샌프란시스코의 "난폭한 범죄가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샌프란시스코만 남부 실리콘밸리 권역의 한 축인 이 도시는 트위터뿐 아니라 우버, 에어비앤비, 세일즈포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 등 유력 테크기업이 나란히 자리잡은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기업들이 모여들던 '활기찬 샌프란시스코'도 이젠 옛말이 됐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을 떠난 IT 기업가들이 런던을 대체지로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한 해 미국인은 중국인을 제치고 런던 중심가 부동산을 가장 많이 사들인 '큰손' 집단이 됐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런던 부동산을 매입한 전체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전년동기 3.9% 대비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는 밝혔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도 런던에 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작년 런던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모기업 메타 새 사무실에서 근무하겠다며 이사를 했다가, 얼마 뒤 본사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프라이빗 뱅크(PB) 쿠츠도 미국발 런던 부동산 투자 붐의 주요인을 가리켜 "샌프란시스코에 환멸을 느낀 IT 인력이 런던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숙인 비율이 1.0%로 미국 전체(0.2%) 수준에 비해 유독 높고, 실업률이 작년 한 해에만 1%가 오르는 등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고소득 지역의 높은 범죄율과 합쳐지면서 이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브 리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샌프란시스코 링컨힐 지역 호화 아파트 바깥이었다. 가구당 연 소득 중간값이 20만8천달러(약 2억7천만원)로 비교적 높은 곳인데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준 셈이다.
이에 비해 런던은 부동산 시장이 크고, 공항이 6개 있으며, 교육 시스템도 잘 갖춰졌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인기 있는 메이페어 지역의 경우 침실 2개에 욕실 2개짜리 아파트가 115만파운드(약 18억8천만원)를 호가하는 등 값은 저렴하지 않다.
나이트프랭크 관계자는 "(런던으로 이주하는 IT 인력 중에) 최고경영자보다 아래 단계인 경우도 많다"며 "높은 성과를 내는 개발자들은 젊은 나이에도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도 IT 인력 해외 이주의 원인일 수 있다. 부동산업체 DDRE글로벌 설립자인 대니얼 대거스는 많은 샌프란시스코 IT 기업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화하면 자유주의 성향의 미국 IT 인력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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