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천루피 '최고액권' 폐지 앞두고 보석상 '북적'
2천루피 지폐 9월 말까지만 인정…부자들, 쇼핑으로 소진
은행 입금 제한적인데다 '탈세' 들통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인도에서 최고액권인 2천 루피(약 3만2천원) 지폐의 폐지를 앞두고 보석 가게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집에 현금을 가득 쌓아뒀던 부자들은 이를 은행에 저축하기보다는 몽땅 써서 없애버리겠다는 태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인도 전역에서 금, 다이아몬드, 명품 등 사치품을 파는 가게들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며 "인도 축제 디왈리와 같은 느낌"이라고 보도했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힌두교 축제이자 인도의 최대 명절이다. 인도인들은 이때 온갖 화려한 전구와 장식품으로 거리와 건물 외관을 꾸민다.
올해는 11월로 예정된 디왈리가 열리기도 한참 전이지만, 인도인들이 이처럼 대거 보석 가게에 몰린 것은 보유한 2천 루피 지폐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최근 인도중앙은행(RBI)은 오는 9월 말까지 2천 루피권을 모두 회수한다며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지 않는 2천 루피권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다른 지폐로 바꿔야 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탈세 등 지하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헌데 RBI는 이런 갑작스러운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 번에 2천 루피권을 교환해주는 금액을 최대 2만 루피, 고작 지폐 열 장으로 제한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부자는 고민에 빠졌다.
2천 루피권을 다수 보유한 사람은 앞으로 네달여간 은행을 수시로 드나들어야만 현금 재산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조세당국으로부터 집에 많은 현금을 보관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
결국 많은 이들은 예금하기보다 2천 루피권을 들고 보석 가게에서 물품을 사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는 금과 은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더타임스가 전했다.
2천 루피권이 갑자기 인기 있는 지급 수단이 된 곳은 사치품 점포뿐이 아니다.
많은 인도인이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은 뒤 2천 루피짜리 지폐를 내고 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현지 언론 힌두스탄타임스에 "예전에 일일 판매에서 2천 루피권은 1∼2%에 불과했고, 나머지 지급 수단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였다"며 "지금은 이것(2천 루피권)이 80% 수준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 2천 루피 지폐는 지난 2016년 11월 화폐개혁과 함께 등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는 검은돈의 유통을 막겠다며 전격적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해 시중 유통 현금의 86%를 차지하던 500루피(약 8천원), 1천 루피(약 1만6천원) 지폐 사용을 일시에 중지하고 2천 루피권을 도입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2천 루피권도 부정 축재, 돈세탁, 탈세 등에 널리 활용된다고 의심하면서 점차 유통을 줄였고 2019년부터는 새 지폐를 찍어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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