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까지 은닉…국세청, 고액체납자 557명 집중추적(종합)
"끝까지 추적해 징수"…합유등기·가짜근저당 등 '체납수법' 지능화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재현 기자 = #1. 유통업을 하는 A씨는 수억원의 종합소득세 등을 체납한 상황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A씨는 당첨금 대부분을 가족 계좌로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은닉했다. 이를 포착한 국세청은 가족 계좌로 이체한 자금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검토하고 은닉 자금에 대해선 추적조사에 들어갔다.
#2. 인테리어 업자 B씨는 공사대금 수입금액을 탈루했다. 수십억원의 세납액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본인 소유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하고 양도대금 전액을 현금 인출한 뒤 사업장을 폐업했다. 친인척 명의로 같은 업종의 사업장을 만들어 사업을 이어가며 호화생활을 하다가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당했다.
#3. 미등록 사채업자 C씨는 수입금액 누락으로 고액 체납자가 됐다. 누락한 수입금액을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관리하면서 배우자 명의로 고가 주택·외제 차량을 구입하고, 해외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해왔다. 국세청은 배우자의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재산추적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체납자의 재산은닉 혐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A씨나 B씨, C씨처럼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변칙적 수법으로 납세를 회피하거나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생활을 이어가는 고액 체납자들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한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세수 펑크' 우려 속에 악의적 체납을 차단하는 기존 세정 업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국세청은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매년 2조5천억원 안팎의 현금·채권을 확보해왔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에서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단속강화를 주문했고, 국세청은 기존 지방국세청 체납추적팀(7 개청 19개) 외에 세무서 체납추적전담반 19개를 추가 가동하기로 했다.
이번에 타깃으로 삼은 고액 체납자는 총 557명이다.
가족·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숨겨놓고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296명, 합유 등기(2인 이상 조합체로서 공동소유) 또는 허위 근저당을 악용한 체납자 135명, 복권 당첨금 은닉자 36명,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자 90명 등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총 3천778억원으로, 현재까지 103억원을 확보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특히 합유 등기를 비롯해 강제징수를 회피하는 행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국세청은 지적했다. 물건을 공동 소유하는 합유자 지분 때문에 직접 압류가 제한되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선 압류 유예 등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실시하되, 강제징수를 회피하며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소관 체납액은 지난해 기준 102조5천억원이다. 파산 등으로 사실상 징수 가능성이 없는 '정리보류'(결손)가 86조9천억원으로 85%에 달한다. 징수 가능성이 있는 '정리중' 체납액은 약 15조6천억원이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