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에 화분 물주기…고물가에 '짠내나는' 여행 숙박
반려동물 주인과 돌보미 잇는 플랫폼 이용 급증…아예 주택 교환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미국 미시시피 출신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릴리안 스미스(30)는 지난 1년 중 8개월을 프랑스, 모로코, 일본, 한국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보냈다.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예산이 없었다"는 스미스가 생각해 낸 방법은 돌보미 서비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과 가사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한 플랫폼(TrustedHousesitters)에 연회비 169달러(한화 약 22만원)를 지불한 후 호텔 투숙 없이 이들 4개국의 가정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숙박을 해결했다.
스미스는 "모로코에 있는 동안 고양이 세 마리와 화분 20개 이상을 돌봤고, 일본 도쿄와 고베에서는 각각 개 한 마리, 한국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런 식으로 8개월간 아낀 숙박비만 무려 1만1천달러(약 1천400만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미스처럼 여행에 목마른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돈을 절약하면서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물러나면서 그동안 억눌린 여행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로 숙박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단기 임대 및 숙박 분석업체인 에어디앤에이(AirDNA)와 ST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단기 임대 및 호텔 평균 일박 요금은 2019년 4월에 비해 각각 37%, 19%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실속형·경제형 단기 임대 수요도 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2% 늘었다. 고급형 임대 수요 증가 폭인 10%보다 앞선 수치다.
이에 비행기나 호텔 객실을 아예 포기하고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미스처럼 100∼250달러의 연회비를 내고 집주인과 단기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웹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미스가 4개국 여행에 이용한 가사 돌보미 플랫폼은 영국 회사인데, 미국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 분기 회원 수가 12% 증가한 16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또 다른 돌보미 플랫폼(Nomador)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신규 돌보미 수가 60%나 증가했다고 마틸드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2016년부터 프랑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여행 전문가 토니 맥코드(52)는 자영업자나 원격 근무를 하는 고객들에게 이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인해 사람들이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느끼는데, 내가 이 돌보미 얘기를 꺼내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자는 아예 무제한으로 집을 바꿔 사는 방식(House Swap)을 택하기도 한다. 미국의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 업체는 올해 1분기 회원 수가 작년 동기 대비 77%나 늘어난 11만명을 기록했고, 주택 교환 건수도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행객들의 숙박 패턴이 달라지면서 호텔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호텔 체인인 힐튼은 올해 1월 저예산 여행객을 겨냥한 이코노미 호텔 브랜드 스파크(Spark)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엔 젊은 층을 겨냥한 저가형 장기 숙박 브랜드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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