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에게 인종차별 당한 비니시우스…스페인 검찰, 수사 착수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브라질)가 관중에게 당한 인종차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
스페인 동부에 있는 발렌시아 지방 검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AFP 통신이 사법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스페인 정부 산하 스포츠 위원회는 가해자를 식별하고 적절한 처벌을 제안하기 위한 이미지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포츠 위원회는 과거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유죄 판결이 나온 이들에게 1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와 벌금 4천유로(약 570만원)를 제안했다.
비니시우스는 전날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와 경기 중 골문 뒤편에 앉은 홈 관중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경기를 10분간 중단시켰던 심판은 경기가 끝나고 제출한 보고서에 한 관중이 선수에게 "원숭이, 원숭이"라고 외쳤다고 기술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화됐다"며 "라리가 사무국의 대처를 보면 스페인은 인종 차별 국가로 인식된다"는 글을 올렸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며 경기 도중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하면 경기 중단이 허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비니시우스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라리가 측은 그간 관계 당국과 검찰에 9건의 사건을 고발하는 등 비니시우스가 당한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반박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트위터에서 비니시우스가 관련 대응책을 논의할 회의에 두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며 "라리가를 비판하고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비니시우스의 고국인 브라질 정부와 스페인 정부에서는 비니시우스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브라질 외교부는 비니시우스가 스페인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스페인 관계 당국에 엄벌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전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룰라 대통령은 비니시우스를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선수"라 부르며 "그동안 너무나 잘해온,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을 불쌍한 아이가 뛰는 모든 경기장에서 모욕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욜란다 디아즈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인 구호는 스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왕립축구협회장은 스페인에 누군가의 성적 지향, 피부색을 모욕하는 팬이 한명이라도 또는 한 무리라도 있는 한 그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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