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접경 러 본토서 교전…대테러작전 선포·주민대피 착수(종합2보)
벨고로드주 "상황 매우 긴박"…우크라 "러, 통제력 상실"
'공격 자처' 러시아자유군단 "우리는 러시아인…이제 독재 끝낼 때" 주장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22일(현지시간) 교전이 발생했다고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벌인 군사작전이라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고, 러시아 내부 반체제단체가 자신들이 벌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교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서 현지 당국이 대테러작전을 선포하고 주민 대피에 착수했다.
러시아 벨고로드주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벨고로드 주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오늘부터 지역에 대테러작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안대에 특별 권한을 부여하고 보안강화 및 신원확인, 통신감청 등 다양한 제한 조처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벨고로드주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하르키우주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요 보급 및 지원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이에 앞선 공지를 통해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이 러시아 영토 그라이보론 지역에 침투했다"며 "군과 국경수비대, 연방보안국(FSB) 보안대가 적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간에 작전이 끝나지 않고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이 같은 조처가 취해진 것이다.
아울러 현지에서는 주민대피가 시작됐으며, 피란민을 위한 임시 숙소가 마련됐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이곳 상황이 계속해서 매우 긴박하다. 당국이 거주자들을 일일이 방문해 대피를 돕고 있다"며 "우리 군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임무를 완수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포격으로 인해 최소 8명이 다쳤고 주거건물 3채와 행정건물이 손상됐다고 전했다.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현지 텔레그램 채널 '바자(Baza)'는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러시아 국경 초소를 공격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또한 러시아 본토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따라 3개 마을에서 전투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채널 '오픈 벨고로드'는 여러 마을에서 물과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공격에 전차와 헬리콥터, 대포 등이 동원됐다는 증언과 함께 헬리콥터가 저공 비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유포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사건이 바흐무트 함락에 따른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바흐무트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임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은 영상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러시아인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자라길 바란다"며 "이제는 크렘린의 독재를 끝낼 때"라고 밝혔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선봉대가 그라이보론에 진입한 사실을 밝히며 "우리는 진격할 것이다. 러시아는 해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 자유 군단'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도 군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러시아 자유 군단'과 '러시아 의용군'(RVC·Russian Volunteer Corps) 등 러시아인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의용군'은 지난 3월 2일 또 다른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브랸스크주에 침투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인 적이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상황을 연구 중이지만, 우리는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는 "러시아가 전체적인 지역과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해방 운동이 전쟁의 올바른 종식에 기여하고 러시아 정치 엘리트에 의한 변혁적 사건의 시작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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