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협상 타결되면 뭐하나…월가 '유동성 고갈' 후폭풍 우려(종합)
블룸버그 "1천300조원 넘는 국채 발행, 기준금리 0.25%p 인상 효과"
"대치 국면 미국 위상 깎아…안보 환경에도 악영향"
공화 강경파 "합의안에 강력한 지출 삭감 없으면 퇴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합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타결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경제 대국 미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1조 달러(1천336조 원)가 넘는 국채가 발행되면 시중 유동성이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합의안이 마련되더라도 공화당 강경파가 퇴짜를 놓을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물밑에서 실제 디폴트 발생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 "부채 한도 해결될 때 매우 깊고 갑작스러운 유동성 고갈"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기업 위험 관리 기업 펜소어드바이서스를 창업한 아리 베르그만은 협상 타결 후 미 재무부가 의무적 지불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줄어드는 현금 보유액을 서둘러 보충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분기 말까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럴 경우 은행 부문의 유동성은 빠르게 고갈되고 단기 자금 조달 금리를 올리며,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대규모의 국채 발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과 같은 영향을 경제에 미친다는 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석이다.
베르그만은 "부채 한도가 해결될 때 매우 깊고 갑작스러운 유동성 고갈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런 유동성 감소가 주식 같은 위험 시장에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이 확대되면 미 재무부의 현금 잔고인 재무부일반계정(TGA)도 다시 채워지는데, 이 역시 유동성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재무부는 현재 약 950억 달러 수준인 TGA가 6월 말 5천500억 달러, 3개월 후에는 6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업은행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흡수하는 수단인 현재 2조 달러대 규모의 역레포프로그램(RRP)도 위험 요인이다.
부채 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가 가져오는 무형의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내 은행들의 잇단 파산, 글로벌 탈달러 기조 등과 함께 경제 대국 미국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채 한도 문제는 경제를 넘어 미국의 안보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달 초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가 채무 불이행 우려를 이용하려고 하는 징후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정보는 없지만 "중국이 (채무 불이행을) 기회로 활용하려고 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답했다.
◇ 프리덤 코커스 의원 "미지근한 합의는 안 돼"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공화당 파벌은 이번 주 강력한 연방 지출 삭감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어떤 합의도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지출 감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댄 비숍 의원은 "강력한 합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지근한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밥 굿 의원 등 초강경파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도 자신들의 목표에 맞지 않는 초당적 법안에 반대할 준비가 됐다고 버티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민주당에 222 대 213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데,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 최소 37명 중 8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실제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자들과 경영진, 경제학자들은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또 협상 교착은 연준 관계자들이 2013년 비슷한 사례를 겪었을 때 만든 위기관리 전략을 검토하도록 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연방정부 현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6월 1일로 특정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등 대형은행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부채 한도 상향 실패는 금융 시스템에 재앙적"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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