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훈련해 우크라전으로" 러 의원 발언에 비판 쇄도
지뢰제거 등 투입 제안에 "미쳤다, 바보짓, 동물학대" 뭇매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에서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들을 훈련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자는 한 연방 하원 의원의 제안이 물의를 빚고 있다.
러시아 의회 방송이 17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게시물에 따르면 시베리아 야쿠티야 지역 출신 국가두마(연방하원) 의원인 페도트 투무소프는 전날 원내 회의에서 위험한 유기견 처리 방안의 하나로 독특한 제안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개 훈련사가 있고, 그들이 유기견들을 여러 가지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크고 사나운 개들을 훈련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면 어떠냐"고 발의했다.
이어 "훈련된 개들은 부상병 이송을 돕고, 지뢰 제거 작업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차 세계대전 경험이 보여주듯 개들은 다른 일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 제안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투무소프 의원의 발언은 이날 하원이 지방 정부에 위험한 유기견을 안락사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물처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에선 지난 4월 남부 오렌부르크시(市)에서 한 어린 소년이 떠돌이 개들의 집단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포함해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유기견 처리 문제가 몇 달 동안 공개 토론의 주제가 돼 왔다.
투무소프 의원은 30여년 경력의 유명 정치인으로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지해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제안은 러시아군이 15개월째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으로 심각한 병력 손실을 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인 보충을 위해 예비역을 대상으로 추가 동원령을 발령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어려운 상황과 연계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선 이번 전쟁 동안 러시아 군인 약 20만명이 사상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무소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뒤 러시아 국내외에선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투무소프 의원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러시아의 광기(狂氣) 수준이 궁금하다면 이 영상을 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탈소비에트·국제 정치 전문가인 제이슨 제이 스마트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신기술'(훈련된 유기견)과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미사일 '신기술'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보라. 러시아가 심연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신형 방공미사일 패트리엇 시스템 2개 포대를 지원했고, 우크라이나는 이 미사일로 러시아의 공습을 막아내고 있다.
러시아의 동물보호주의자들도 반발했다.
러시아 개사육사 협회 회장 엘렉트론 데멘티예프는 투무소프의원의 제안에 대해 "전형적인 바보짓이다. 대부분의 유기견은 훈련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물보호주의자들은 하원이 논의하는 새 법률이 지방정부에 유기견 학살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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