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 앞두고 이-팔 다시 긴장 고조
이스라엘-팔 무장단체 휴전 닷새만…극우성향 국가안보장관도 참석할 듯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닷새간 격렬하게 무력 충돌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을 앞두고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자극할 수 있는 우파의 깃발 행진을 허용하자, 무장 정파 하마스는 행사 당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동예루살렘 성지 집결을 독려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하마스 지도자 알리 바라카는 전날 이스라엘 우파의 깃발 행진에 대응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행사 당일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 집결하라고 촉구했다.
바라카는 "깃발 행진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도발이자 알아크사 사원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레드 라인을 넘는다면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9일부터 닷새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와 격하게 충돌했던 이스라엘이 불안정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자극할 수 있는 깃발 행진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5일 "깃발 행진은 과거와 다름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깃발 행진이란 이스라엘의 우파와 민족주의 세력이 국기를 들고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도는 연례행사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속해있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에 열린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비롯한 이슬람교도 입장에서는 3차 중동전쟁에서 패하고 성지인 동예루살렘까지 빼앗긴 치욕스러운 날에 열리는 셈이다.
깃발 행진은 매년 주최 측인 이스라엘 우파와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갈등을 촉발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라마단 성지 갈등과 깃발 행진이 맞물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11일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닷새간 무력 충돌이 일단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열리는 올해 깃발 행진도 양측의 충돌을 부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욱이 올해 행사에는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까지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경찰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루살렘 경찰 책임자인 도론 투르게만은 "(가자 지구발) 로켓 공격을 포함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다만 깃발 행진 행렬의 성지 진입은 금지하고 민감한 장소에서는 국기를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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