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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美투자사 뒷거래 정황 수면 위로…SEC '공범' 정조준
"권도형과 시세조작한 美 점프트레이딩, 1.7조원 차익" 피해자 추가 소송
美SEC, 뒷거래 정황 포착…추가수사 여부 및 송환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권도형(32) 테라폼랩스(TFL) 대표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 전에도 한차례 거품이 붕괴할 위기에 직면했으나, 미국의 한 투자사와 비밀 거래를 통해 이를 틀어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가 점프트레이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소장을 권씨 사건과 관련한 자료로 공개 등록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소장 내용 등을 종합하면 2021년 5월 권씨는 코인 가치가 1달러에 고정(페그)되도록 만든 테라USD(UST)의 시장 가격이 약 0.9달러(90센트)까지 하락하자 이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점프트레이딩에 접근한다.
점프트레이딩과 같은 자기자본거래 업체는 자기자산이나 차입금을 기반으로 각종 상품을 극초단타로 사고파는 고빈도매매(HFT)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당시 권씨는 점프트레이딩이 테라·루나 시세를 지지하도록 도와주는 대신 향후 3년에 걸쳐 1루나당 30·40·50센트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기로 이면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WSJ 보도다.
이에 점프트레이딩은 즉시 6천200만 개 이상의 UST를 순매수했고, 코인 가치는 1달러 이상으로 다시 '정상화'됐다.
그러자 권씨는 공개적으로 "UST의 하락과 페그 이탈이 TFL의 알고리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자가 치유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거듭하며 물밑에서 이뤄진 비밀 거래 사실을 덮었다.

이후 UST와 루나는 한때 2021년 말∼2022년 초 9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점프트레이딩은 코인 가격 상승기에 보유한 UST·루나를 매도, 총 12억8천만달러(약 1조7천146억원)의 차익을 거뒀는지가 SEC가 들여다보는 쟁점이다.
앞서 지난 3월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권씨를 증권사기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UST 시세 조작 정황을 적시했지만, 당시에는 이에 가담한 업체를 '회사1'(Firm-1)이라는 익명으로 기술했다. 이 회사가 점프트레이딩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SJ는 점프트레이딩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집단소송을 기반으로 SEC가 점프트레이딩 관계자 혹은 권씨의 추가 혐의를 밝혀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작년 5월 UST·루나가 붕괴하기 한달 전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권씨는 올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덜미를 잡혀 체포됐다. 현지에서 문서위조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권씨는 최근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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