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검찰, 40년 미제 '바티칸 소녀 실종사건' 공식 재수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 검찰이 40년 전 발생한 바티칸 소녀 실종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마 검찰은 이날 이 사건의 재수사 방침을 공식 발표한 뒤 교황청에 전폭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로마 검찰청이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1983∼1997년, 2008∼2015년에 이이 이번이 세 번째다.
바티칸 소녀 실종 사건은 1983년 6월 22일 에마누엘라 오를란디가 로마에서 플루트 레슨을 받은 뒤 귀가하던 길에 사라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15세였던 오를란디는 교황청 직원의 딸로, 바티칸시국 시민권자로서 실종 전까지 바티칸시국에서 살았다.
오랜 수사에도 오를란디의 행방은커녕 시신조차 찾지 못하게 되면서 갖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 미수로 투옥된 튀르키예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노린 세력에 납치됐다거나 교황청 내부자의 성범죄에 희생됐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바티칸 역사상 희대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 사건은 지난 수십년간 바티칸에서 비리 사건이나 내부 갈등 등이 터질 때마다 매번 거론됐다.
2019년 7월 교황청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바티칸시국 내부의 묘소 2곳을 발굴했으나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그렇게 묻히는 듯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넷플릭스가 '바티칸 걸'이라는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다큐멘터리에는 교황청이 진상 규명에 비협조적이었고, 실종 사건 1주일 전 교황청 고위 성직자가 오를란디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교황청은 올해 1월 이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 진실을 투명하게 밝혀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로마 검찰도 가세하면서 수십년간 풀리지 않았던 이 의문의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를란디 가족의 변호사인 로라 스그로는 "우리의 소망은 로마 검찰청과 교황청이 진실을 찾기 위해 충실하게 공조하는 것"이라며 "에마누엘라에 대한 진실이 이번에는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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