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치 뒤흔든 하버드 출신 40대 엘리트, 총리 자리 오를까
제1당 전진당 이끈 피타 림짜른랏 대표…정권교체는 여전히 불투명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오늘은 새로운 날입니다. 햇살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2023 태국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15일(현지시간) 이같이 승리를 선언하며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군주제 개혁'을 내세운 전진당은 20여년 이어진 군부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 간의 대결 구도를 무너뜨리며 태국 정치 지형을 바꿨고, 그 중심에 피타 대표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인 피타는 2019년 총선을 통해 정치에 뛰어들었고, 개혁적인 정책과 준수한 외모·언변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번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을 제치며 돌풍을 예고했다. 지지자들은 그에게 '록스타' 급의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청년 세대와 활발히 소통했다.
실제 총선에서 전진당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수도 방콕에서는 33개 지역구 중 32곳을 휩쓸었다.
1980년 9월 방콕에서 태어난 피타는 어린 시절 뉴질랜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태국 민주화의 상징인 탐마삿대에서 금융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농업협동부 장관 고문을 지냈고, 삼촌은 탁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내각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피타는 25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 소유의 농식품업체를 맡아 운영했고, 이후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그랩의 임원으로 일했다.
2012년에 여배우 추띠마 티빠낫과 결혼했으나 2019년 이혼했다. 두 사람 사이의 딸은 이번 총선 유세에도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10대 시절 뉴질랜드에서 TV 토론 등을 보며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는 피타는 2019년 총선에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 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FFP는 군부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하면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으나, 2020년 정당 해산 판결을 받았다. FFP의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피타는 타나톤의 후계자로 전진당 대표가 됐다. 2020년 FFP 해산 이후 태국에서는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됐고, 이번 선거에서 전진당 승리로 이어졌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군주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동성간 결혼 허용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피타 대표가 총리에 올라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는 전날 탁신계인 프아타이당 등을 포함한 6개 정당 309석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자신이 총리를 맡겠다고 밝혔다.
총리는 상원의원 250명과 하원의원 500명이 공동으로 선출한다. 따라서 군부가 임명한 상원에서 피타 대표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총리가 될 수 없다.
피타 대표가 보유한 미디어기업 지분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직전 군부 측 정당은 미디어기업 소유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법에 따라 그의 출마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결정에 따라 피타 대표가 낙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