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역할 편하다"…튀르키예 대선 3위 후보 '상종가'
야당에는 "쿠르드정당에 양보말라", 에르도안에는 "세속주의 보호하라"
"아직 협상 시작 안해…이르면 이번 주말까지 지지후보 결정 희망"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튀르키예 대선에서 5%가 넘는 깜짝 득표를 한 3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앞두고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며 1, 2위 후보와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투쟁에 대한 무관용, 세속주의 건국이념의 보호 등을 조건으로 양강 후보 모두를 시험대에 올릴 태세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 5.17%를 득표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앙카라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결선투표 시 지지 후보를 정하기 위한 조건을 공개했다.
그는 로이터에 "우리는 결선에서의 결정을 위해 지지자들과 상의할 것"이라면서도 "테러와의 전쟁과 난민 송환이 우리의 '레드라인'임을 이미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 연합은 튀르키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친쿠르드 정당에 양보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경우에만 그를 지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의 친쿠르드 정당은 인민민주당(HDP)을 지칭하는 것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정부는 HDP가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한다면서 해산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HDP는 공화인민당(CHP)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단일 후보로 내세운 6개 야당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반(反)에르도안을 기치로 사실상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지지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기간 야권이 테러 세력과 결탁했다며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오안 대표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연합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 출신이기도 하다.
오안 대표는 dpa와의 인터뷰에서는 튀르키예의 건국이념으로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의 복원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세속주의 원칙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을 맞아 오안 대표가 결성한 아타 동맹은 세속주의 이념을 확립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따라 명명됐다고 dpa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년 집권 기간 세속주의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이슬람주의 노선을 강화해왔다.
오안 대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대중 앞에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합의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서명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 의외의 성과로 '킹메이커'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에 대해선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어젯밤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의 '발코니 연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자신에게 축하 연락이 왔지만 새 정부에서의 역할을 포함한 진지한 협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는 지지 후보를 최종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를 득표해 44.89%를 득표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미달해 오는 28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에 따라 5.17%를 득표한 오안 대표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가 최종 결과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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