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시세조종 막는다…최근 10년간 거래 전수조사 추진
거래소 시장감시스템 개편 착수…1년이상 장기 시세조종도 조사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통해 최근 10년간 거래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시세 조종을 하는 불공정행위 등을 적발해내기 위해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포착 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국민의힘은 지난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대응책과 관련해 비공개 당정 협의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거래소가 이런 내용의 시장감시시스템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G증권발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가 시장감시시스템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10년간 거래를 전수 조사하고 1년 이상 장기 작전도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 내용에 따르면 거래소는 일단 최근 10년간 거래의 시계열에 대해 전수 조사를 통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한 수법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는 최근 주가 폭락 사태로 구속된 라덕연씨 주도의 주가 조작 세력과 같은 사례가 예전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혐의 포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세 조종 포착 기간을 확대하고, 시세 조종 혐의 집단의 분류 기준을 개선하며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차액결제거래(CFD)의 계좌정보 집적과 활용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대부분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이상 거래 종목 적출 시 대부분 단기간인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호가·시세·체결)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 상승 폭은 적지만 실적 개선이 있거나 테마주로 분류돼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제대로 적출해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100일 이상에 걸쳐 지속해서 시세 조종을 하는 경우 거래소가 혐의 종목으로 적출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앞으로 장기간 시세 조종을 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100일 이하의 단기에서 반기 또는 연 단위로 장기간 확대하고 시장감시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세 조종 혐의 집단에 대한 분류 기준도 개선된다.
거래소는 유사 지역에서 또는 동일한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해 거래하는 경우에만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분류해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번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혐의자들이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의인의 집, 직장 주소지 등 각기 다른 곳에서 거래하는 바람에 거래소는 이를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해 계좌 간 연계성 확인이 어려웠다.
거래소는 지역적 유사성 외에 서로 다른 계좌 간에 거래 종목이 다수 중복되는 등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나타내는 경우에도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신설할 예정이다.
CFD 계좌 정보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현재 장외파생상품인 CFD 계좌는 시세 조종 시 실제 투자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CFD 계좌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시 CFD 계좌에 대한 정보가 없어 CFD 계좌에 대한 집중 조사 및 분석이 어렵고 시세 조종을 효율적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바탕으로 CFD 계좌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거래소에서 직접 징구할 수 있도록 해 시장 감시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거래소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분석 대상을 실시간 적출해 일정 기간 분석한 결과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관련 부서에 심리를 의뢰한다. 심리가 의뢰된 종목 또는 계좌는 정밀 조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통보된다.
라덕연씨 등은 수백여대의 투자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공기계를 이용해 IP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거래소의 이 같은 시장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CFD 계좌의 익명성을 활용해 거래소에 외국인 또는 기관으로 수급이 집계되는 허점도 파고들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제도적으로 거래가 투명해야 한다"며 "현재 거래 시스템은 국내 증권사를 통하면 기관 투자가 되고 외국인 증권사를 통하면 외국인 매입이 되는데 이 문제를 개선하고 투자 규모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당국으로부터 CFD 계좌 전부를 제공받아서 매매패턴을 분석하고 감시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최초 설계자가 라덕연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시장감시시스템 개편 시 과거 10년 치 이상의 시계열에 대한 전수검증 작업을 통해 과거의 성공한 시세 조종 작전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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