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야권후보 "에르도안 연임하면 독재국가 된다"
6개 야당 단일후보 클르츠다로을루 美유력지 인터뷰
"민주주의 견제·균형 복원할 터…나토 일원으로서 푸틴과도 거리"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운명의 대선'을 앞둔 튀르키예의 야권 단일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맞수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튀르키예가 독재 국가가 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9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만약 에르도안이 이긴다면 튀르키예는 일종의 독재 국가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6일 이스탄불 유세가 끝난 뒤 한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14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보도됐다.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2003년부터 20년 넘게 집권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특히 튀르키예는 건국 100주년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기회가 될지,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의 종신 집권에 다가설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6개 야당이 내세운 단일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다른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자신이 당선되면 수년간 이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권 탄압을 끝내고 튀르키예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을 되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려 했던 것과 달리 자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으로서 튀르키예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내세웠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튀르키예는 서방 동맹의 일원이자 나토의 일원"이라며 "푸틴도 이를 잘 안다. 튀르키예는 나토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의 안보 동맹국이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번 대선이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소에 가서 한표를 행사할 젊은층이 530만명으로, 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우리에게, 튀르키예에, 또 튀르키예가 가입하려는 유럽연합(EU)에, 그리고 서방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 들어간 튀르키예 투자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 제재와 관련해서는 서방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올해 74세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상대로 근소한 우위를 달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보수적 지지층에 힘입어 장기 집권해왔으나 최근에는 극심한 경제난, 권력층 부정부패, 2월 대지진 부실 대응 등이 겹치면서 표심 이탈에 직면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결집한 상징적 인물이긴 하지만 카리스마와 정치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상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공약은 민중의 생활고를 덜고, 튀르키예 의회 체계를 복원하며, 정치범을 석방하겠다는 것 등이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오는 수백만명의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조건적 포용에 선을 그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들 나라에서 더 좋은 환경으로 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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