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놀란 텍사스, 규제법안 진전…최종통과는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의 여파로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주(州) 텍사스주에서도 총기 규제 법안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고 AP 통신·NBC 뉴스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텍사스주 하원 지역사회 안전위원회는 전날인 8일 AR-15 등 반자동 소총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8표, 반대 5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2명도 해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주하원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날 표결은 6일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한인 교포 일가족 3명을 비롯한 8명이 목숨을 잃은 지 이틀 만에 진행됐다.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는 당시 쇼핑몰이 붐비는 시간대였던 오후 3시 36분께 사람들을 겨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
경찰은 가르시아가 사살된 뒤 현장에서 AR-15류 소총 및 권총 등 무기 다수를 발견했다.
이번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샘 할리스 하원의원은 "지금까지 한 투표 중 가장 감정적인 투표였으며 투표를 마친 후 난 울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내 심장이 내가 올바른 투표를 했다고 말해줬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법안에 찬성한 또 다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저스틴 홀랜드는 언론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텍사스 주의회에서는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도 총기 옹호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총기 사건 대책에 대해 "정신건강을 다루는 것이 장기적 해결책"이라면서 총기 난사 책임을 개인의 정신 문제로 돌리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텍사스는 2021년 9월부터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한 주민이 별도의 면허를 발급받거나 훈련받지 않고도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등 총기 규제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텍사스에서는 유밸디 로브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학생 19명, 교사 2명이 숨지는 등 총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표결이 진행되기 전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주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행동에 나서라"(Do Something)고 소리치는 등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이들 시위대는 표결이 끝난 후에는 환호성을 질렀으며 몇몇은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만 이번 표결은 어디까지나 예비 투표 성격으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을 겨우 통과하더라도 극우 성향의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주지사와 주 상원이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할리스 하원의원은 "우리는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이것은 큰 진전"이라면서 "우리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무분별한 총격 사건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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