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中 일대일로에 합류한 아프간…중국 노림수는?
중국, 석유·리튬·희토류·철 등 아프간 미탐사 자원에 눈독
아프간 '中·파키스탄 경제회랑' 참여로 경제적 이익 기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이 합류했다.
일대일로 사업이 개발도상국들을 '채무의 덫'에 빠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중국이 이를 강행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간의 가세가 눈길을 끈다.
외신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6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함께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 대행을 만나 일대일로의 주요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에 아프간을 포함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CPEC은 파키스탄 과다르항과 중국 신장을 육로로 잇고 발전소·경제특구 등을 건설하는 600억 달러(약 79조5천억원) 규모의 대형 인프라 개발사업이다.
이번 CPEC 참여로 아프간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챙길 것으로 8일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중국은 아프간의 엄청난 자원 잠재력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아프간 북부 아무다리야 분지에서의 석유 생산을 위해 중국 국영기업 페트로차이나의 자회사가 진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 여러 연구 기관에 따르면 탐사되지 않은 채 매장된 아프간의 광물 자원 규모는 1조∼3조 달러(약 1천320조∼3천9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물 종류는 구리, 철, 리튬, 희토류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아프간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중국은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가 재집권한 후 발 빠르게 현지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아프간 광물·석유부는 최근 중국 기업 고친이 아프간 리튬 개발에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아프간의 자금난 해소가 급선무라고 보고, 탈레반의 테러 활동 우려를 이유로 해외에 동결된 금융자산을 해제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태세다. 아프간의 해외 동결 자산은 90억 달러(약 11조9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아프간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합류시킨 중국으로서도 아프간의 치안 문제에 대해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파키스탄 카라치대 공자학원 부근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중국인 교사 3명과 파키스탄인 운전사 1명이 사망한 사건 등 파키스탄에서 테러가 빈번한 가운데 인접한 아프간의 치안 상황은 파키스탄보다도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신장에 기반을 둔 분리주의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이 아프간과의 접근으로 인해 이슬람 무장세력 등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강화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 바닷길-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시작됐으나,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국의 필요에 따라 정밀한 투자 분석 없이 개발도상국들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탓에 자금을 지원받았던 여러 개도국이 경제위기에 몰렸다.
특히 스리랑카는 2017년 14억 달러(약 1조8천50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자국의 함반토타항을 중국에 99년간 임대하는 처지가 됐다. 작년 4월에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해야 했다.
잠비아와 에콰도르 등도 스리랑카와 사정이 비슷하다.
여기에 2019년 3월 주요 7개국(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했던 이탈리아가 참여 철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애초 중국과 에너지·항공·항만 우주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걸 골자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했던 이탈리아는 미·중 간 경제·안보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속에서 점차 미국 쪽에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최근 총 430억 유로(약 62조원)를 투입해 EU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탈리아도 이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달 말 일본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 때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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