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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에 식은 부동산 시장 1년…거래량 줄고 집값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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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에 식은 부동산 시장 1년…거래량 줄고 집값 '뚝'
분양가 경쟁력 없으면 청약시장서 외면…미분양 우려 커져
1·3 대책 후 가격·거래량 회복세…"급격한 시장 반전은 어려워"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등에 급속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졌고,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로 불리던 청약 인기가 식으면서 수도권에서도 분양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단지는 어김없이 고배를 마셨다.
미분양 주택은 꾸준히 늘어 20년 장기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 기준금리 인상에 거래절벽 속 집값 급락
끝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이번 정부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첫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년 새 12.50% 하락했다.
서울은 10.94% 하락했고, 경기와 인천도 16.47%, 17.04% 떨어지면서 수도권은 14.83% 하락했다. 비수도권은 10.22% 떨어졌다.
아파트값 급락에는 최근 수년간 급격히 오른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과 함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에만 7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불과 1년여만에 기준금리가 3.0%포인트 오르면서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식었다.
실거래가 하락 폭은 더 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연간 22.43% 하락했다. 2006년 실거래가 지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인 2008년(-10.21%)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작년 5월부터 하락 전환해 지난해 17.24% 떨어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20년 8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이 전격 시행된 후 급등했던 전셋값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와 월세 전환 등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깡통전세와 역전세난 부작용이 확산했다. 거기다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전세 '포비아'까지 생겨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 전셋값은 지난해 전국이 5.56%, 서울은 6.55% 떨어졌다. 각각 2004년(-5.84%, -7.80%)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거래도 끊겼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섰지만,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2021년 11월 둘째 주 100.9를 마지막으로 올해 5월 첫째 주까지 1년 6개월간 기준선인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로또청약' 옛말…미분양 우려도 현실화
분양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청약'은 옛말이 되고 서울에서도 입지나 분양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왔다.
미계약 물량 소진을 위해 무순위 청약이나 선착순 계약, 할인 분양에 나서는 단지도 속출했다.
부동산R114가 작년 전국 신규 분양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1·2순위)을 분석한 결과 청약 물량은 22만7천369가구였으며 평균 경쟁률은 7.6대 1이었다.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14년(7.5대 1) 이후 8년 만이다.
올해도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어지면서 청약시장에서 단지별 흥행 희비가 엇갈렸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5.95대 1이었다.
서울은 722가구 모집에 3만9천25명이 몰려 평균 54.0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전북, 충남, 제주, 전남, 울산, 대구, 경북은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
서울 4개 구(강남·서초·송파·용산)를 제외한 전역이 1·3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약 자격과 대출 여건 등이 대폭 완화되고, 전매제한 기간도 최장 3년으로 줄면서 서울에 청약 통장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우려도 현실화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천104호로 전월보다 4.4%(3천334호) 감소했다.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러나 미분양 물량 자체는 여전히 20년 장기 평균인 6만2천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천650호로 전월보다 1.1%(96호) 증가했다. 이는 2021년 6월(9천8호)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 1·3 대책 이후 시장 점차 회복세…단기간 반전은 어려울 듯
정부가 올해 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이후 거래량과 집값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1월 첫째 주 71.5였으나 5월 첫째 주에는 81.1로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64.1에서 76.2로 올랐다.
집값은 아직 하락세지만, 낙폭은 둔화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월 둘째 주부터 4주 연속 하락 폭이 줄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도 1·3 대책 이전인 작년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주 낙폭이 0.76%였으나, 대책 발표 이후 낙폭이 차츰 줄어 5월 첫째 주에는 0.09% 떨어지며 하락 폭을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도 회복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단기간 상승 반전하는 상황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시중 통화량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경제성장률 둔화 등 악재가 있어 기술적인 반등은 나타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문제가 안정된 만큼 하반기 들어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1·3 대책으로 규제 완화 시점을 앞당겨 시장 연착륙을 유도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금리 이슈가 안정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수도권 등은 상승 반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다만 비수도권은 미분양 물량이 문제로 남아있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올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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