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간 젤렌스키 "특별재판소 설치 필요…푸틴, 유죄 확신"(종합)
'국제법 수도' ICC 있는 헤이그서 연설…네덜란드 총리 "F-16 지원 논의중"
나토 가입 문제엔 "전쟁 끝나면 가입된다는 분명한 메시지 원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삼엄한 보안 속에 네덜란드를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범죄'를 다룰 특별재판소 설치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본부를 찾아 "(러시아의) 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는 특별재판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특별재판소 설치에 39개국이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확신한다며 "(푸틴은) '국제법의 수도'인 이곳 헤이그에서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선고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ICC는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제노사이드 등 국제사회 공통의 관심사이자,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 처벌을 목적으로 둔 기관이다. 국가원수의 면책특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ICC는 특히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주목받은 바 있다.
5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건 푸틴 대통령이 첫 사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현재 원칙적으로는 ICC 로마 규정에 서명한 당사국 123개국 중 하나라도 방문 시 체포돼 ICC 본부로 넘겨질 수 있다.
ICC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발생한 전쟁범죄 및 반인륜 범죄에 대한 조사를 이미 진행하고 있으나,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침략 범죄'를 전반적으로 다룰 권한은 제한된다.
2016년 ICC 협약에서 탈퇴한 러시아도 자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현존하는 ICC 제도만으로는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헤이그에 특별재판소 설립을 촉구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쟁 중에는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전쟁 후에는 우리가 나토 일원이 될 것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바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도 회동하고 서방의 최신예 전투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뤼터 총리는 회동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F-16 전투기 지원이 "금기사항은 아니다"라며 현재 덴마크, 영국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더크로 총리는 벨기에 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 일부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2억 유로(약 3천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약 10개월 만인 작년 12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2월에는 영국·벨기에·프랑스를, 지난달엔 폴란드를 찾는 등 횟수는 적지만 비교적 적극적인 해외 순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핀란드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날 네덜란드 방문도 도착 뒤에야 깜짝 공개됐으며, 오는 13일∼14일에는 독일을 찾을 예정이다.
우크라이나가 예고한 '대반격'을 앞둔 데다 전쟁 장기화로 서방 내부에서 '피로감'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을 의식, 보다 활발한 외교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번 순방은 러시아가 크렘린궁 드론 피격에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이뤄져 더 이목이 쏠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핀란드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우크라이나는 푸틴 또는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주장을 정면 반박한 데 이어 이날 네덜란드에서도 크렘린궁의 주장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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