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회 직선 20%로 줄여…"시민참여·여론반영 제한"(종합)
직선 452석→88석…홍콩 행정장관 "과거 혼란 고려해 탈정치화 목표로 개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홍콩 선거제도를 전면 개편한 가운데 풀뿌리 기구인 구의회에서도 유권자 투표로 뽑히는 직선 의원 수를 대폭 감축한다.
2일 홍콩 명보와 더스탠더드에 따르면 홍콩 행정장관 자문회의인 행정회의는 이날 임명제를 복원하고 직선 의석을 전체의 20%로 대폭 줄이는 구의회 개편안을 승인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며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선출직 452석(94%), 당연직 27석 등 479석으로 구성됐다.
개편안은 선출직을 88석으로 대폭 감축하는 대신 정부 임명직 179석, 지역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가 선출하는 176석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의석은 443석으로 줄고 그중 19.8%만이 직선직이 된다. 이는 영국령이었던 1982년 구의회가 출범할 때보다도 적은 규모다.
또한 각 구의회 의장은 정부 관리가 맡는다.
개편안이 홍콩 입법회(의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11월 말께 차기 구의원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선출·임명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먼저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위원회는 '애국자'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심사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개편안은 과거의 혼란을 고려해 구의회의 탈정치화를 목표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개편안은 민주 진영의 도전을 추가로 차단한다"며 "1997년 홍콩이 반환될 때 고도의 자치를 약속했던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더스탠더드는 "민주진영 구의원들은 개편안이 시민의 참여와 구의회의 여론 반영 능력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2019년 거센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직전 구의원 선거는 민주화 요구 속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 속에서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392석을 차지했다.
홍콩 구의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민주 진영이 18개 선거구 중 17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중국 당국은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 제정과 함께 '충성 서약'을 내세워 압박에 나섰다.
충성 서약은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 정부는 2021년 5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 고위직과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됐던 충성 서약 대상을 구의원과 공무원에까지 확대했다.
또한 충성 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당국의 충성 서약 심사 결과 자격이 박탈된 구의원은 이전까지 받은 억대에 달하는 활동비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대다수 구의원이 파산과 조사를 우려하며 충성 서약을 하기 전에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당시 홍콩 매체들은 구의원들의 충성 서약이 실시되면 최소 150∼170명의 구의원이 자격을 상실하리라 전망했다.
결국 구의원 210여명이 자진 사퇴했고, 49명은 충성 서약 후 당국에 의해 자격이 박탈됐다. 또 일부 의원은 구속됐다.
SCMP는 2019년 선거로 뽑힌 구의원의 3분의 2가 지난 2년간 의회를 떠났다고 전했다.
구의회가 대거 공석임에도 홍콩 정부는 그간 보궐선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구의회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이며 차기 구의원을 뽑는 선거는 올 하반기에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중국은 2021년 '애국자'만이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했고 그해 12월 치러진 입법회 선거는 친중 진영만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저 투표율(30.2%)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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