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등 금 보유 늘리는데 한은 10년째 매입 안하는 이유는
작년말 기준 104.4t…외환보유액 중 1.46% 불과
2013년 2월 매입이 마지막…최근 각국 중앙은행 금매입과 대비
외자운용원 "외환보유액 정체 속 이미 다변화돼 있어…신중히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전 세계 9위 수준이지만 금 보유량은 36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등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10년간 금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 다변화돼 있는 만큼 추가 금 매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일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이 보유한 금은 모두 104.45톤(t)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에 그쳤다.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이 8천133.46t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3천355.14t)과 이탈리아(2천451.84t), 프랑스(2천436.75t), 러시아(2천301.64t) 등이 톱5를 형성했다.
이어 중국(2천10.51t), 스위스(1천40t), 일본(845.97t), 인도(787.40t), 네덜란드(612.45t)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터키(541.80t), 대만(423.63t), 태국(244.16t), 알제리(173.56t), 필리핀(157.06t), 이라크(130.32t), 이집트(125.32t), 리비아(116.64t) 등보다도 적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에서 시가로 환산한 금(작년 말 기준 60억9천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말 기준(4천25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지만, 금 보유량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2012년 4분기 기준 84.44t에서 2013년 1분기 104.44t으로 20t 늘어난 뒤로 10년째 변화가 없다.
한은은 2012년 7월 16t, 11월 14t, 2013년 2월 20t을 마지막으로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면서 1978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금 매입은 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뱅크(SVB)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인한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위안화 국제화 및 미 달러 의존도 축소 등의 차원에서도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민은행 외에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 선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이 다수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는 올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기관의 25%가 향후 1년 이내 금 보유를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은은 2012∼2013년 우리나라가 금 보유량을 확대할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증가 추세에 있었고, 금 보유량 자체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을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지금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정체돼 있고, 이미 투자 다변화가 충분히 이뤄져 있어 굳이 금을 매입할 이유가 줄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 운용을 담당하는 한은 부설기관인 외자운용원의 한 관계자는 "금은 한번 사놓으면 수시로 매매하기가 어렵다"면서 "위기시에 손쉽게 팔거나 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 매입을 늘리는 곳은 중국과 터키, 이라크, 인도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겪거나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나라들이 대부분"이라며 "외환보유액 관련 투자다변화가 돼 있지 않고 금을 안전자산의 일환으로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액이 다변화돼 있고 다른 안전자산이 있으면 굳이 금을 매입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금 본위제 당시 보유하던 금을 계속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금 보유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금 매입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금융시장 여건, 외환보유액 규모, 투자다변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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