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대반격 앞두고…미, 우크라에 '핵전쟁 감시망' 구축
"핵무기·더티밤 방사능 폭발 감지, 공격자 확인 가능"
NYT "최악의 사태 대비"…러, 핵피격 자작극도 탐지·대응 방침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방사능 감시 체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핵무기나 더티밤(dirty bomb)의 방사능을 감지하고 공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우크라이나에 설치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핵 물질을 채운 무기로, 핵폭탄과 비교해 위력은 약하지만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NYT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청(NNSA)이 운영하는 원자력 전문가팀인 '핵 비상 지원팀'(NEST)이 방사능 센서 설치, 데이터 모니터링, 인력 교육 등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NNSA는 NYT에 보낸 관련 질의 답변서에서 방사능 폭발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망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배치되고 있으며 "모든 핵폭발의 크기와 위치, 영향을 특징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핵무기가 폭발하는 등 우크라이나에서 핵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우크라이나와 미국 당국 등에 신속하게 전달돼 공중 보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행 가능하고 기술적인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최악의 결과'에 대비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망이 구축되면 러시아가 핵무기나 더티밤을 사용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이른바 '거짓 깃발'(위장)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핵폭발을 일으켰다고 러시아가 거짓 주장하더라도 센서망이 구축되면 미국이 자체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공격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가을 러시아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가 더티밤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기 위해 '거짓 깃발' 전술을 구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핵 위협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지만 전장에서의 실패로 핵무기에 더 의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난관에 부딪혀 궁지에 몰리게 되면 핵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의 의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원자로나 핵연료 저장소가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 원전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안전을 위협받아왔다.
침공 직후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 진입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었고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도 포격 등이 가해지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미 참여과학자연대(UCS)의 원자력 전문가 에드윈 라이먼은 러시아가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경우 원자로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를 공격해 고농도 방사능을 유출, 보복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미 연방 정부 관리에게 전해 들었다며 "이것은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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