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바스프 수출 제한하면 중국 반도체 제조능력 영향"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검토 중인 일련의 패키지 조처 중 하나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만약 이런 조처가 시행된다면 세계적인 화학기업인 독일 머크(Merck KGaA)나 바스프(BASF)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용 화학물질 판매가 제한될 전망이다.
머크와 바스프는 전 세계 기업에 반도체 제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화학물질을 공급한다. 머크의 화학물질은 전 세계 모든 반도체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바스프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시장 선두 주자다.
머크와 바스프가 화학물질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욱 큰 도전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제조 능력 자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숄츠 총리와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유럽 동맹국은 물론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전 세계적으로 막자고 압박하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자동차부터 스마트폰,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소재와 기기는 구하기 어렵다. 이미 제한된 공급선을 막을 경우 자체 산업에 진전을 도모하려는 중국의 기량에 좌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수출규제와 관련한 연립정부 내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결정이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과 관계에 손상을 일으킬 것이란 데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베크 부총리는 경제기후보호부 내 당국자들에게 특정 부문에 대한 독일의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조처들을 취합하라고 지시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에 대한 수출규제는 이를 위한 검토 대상 조처 중 하나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독일이 이런 수출규제를 시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를 민수용이나 군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 리스트에 올리는 것이다.
현행 수출규제는 이중용도 물품의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 이중용도 물품 리스트를 통해 화학·생물·핵 무기 확산과 재래식 무기를 몰래 생산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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