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밀문건 "中, 美 요구로 중단됐던 UAE 군사시설 건설 재개"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의 요구로 중단됐던 아랍에미리트(UAE) 내 중국 군사기지 건설이 재개된 정황이 포착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유출된 기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밀 문건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작년 12월께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칼리파 항구의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시설에 전력·수도가 연결됐고 군수물자 저장소도 완성됐다고 파악했다.
칼리파 항구는 중국 국영 해운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중국이 세계 100곳 이상에 전략적으로 확보한 무역 항구·터미널 중 하나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항구에 만들어진 시설이 중국의 UAE 군사기지 건설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WP가 이날 공개한 기밀 문건에는 2030년까지 해외 기지 5곳과 물류지원시설 10곳을 건설한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141 계획'이 담겼다. 문건에 포함된 지도엔 이미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아프리카 지부티를 비롯해 적도기니, 가봉, 모잠비크와 아시아의 캄보디아, UAE 등이 그 대상지로 표시됐다.
중국의 칼리파 항구 군사시설 설치 움직임은 2021년 말 알려졌다. 위성사진 등을 통해 동향을 감지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UAE에 공사 중단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고, 당시 UAE 측은 미국에 시설 공사를 멈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공사가 재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당국자들의 속내도 복잡해진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UAE가 중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균형 외교 차원인지도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한 미국 당국자는 "UAE가 기본적으로 미국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믿는 사람이 미국 정부에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며 "(UAE 지도자들은) 중국이 현재 중동에 굉장히 중요하고 또 떠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800곳 넘는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하는 미국이 중국의 해외 군사시설을 우려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중국은 원칙적으로 평등·호혜를 기초로 정상적인 법 집행과 안보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UAE 측은 "불법적으로 입수된 것으로 알려진, 맥락을 벗어난 자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을 아꼈다고 WP는 전했다.
일각에선 UAE가 미국이 아닌 다른 안보 파트너를 찾는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UAE 정치 분석가는 미국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연합군의 일원으로 예멘 후티 반군과 수년에 걸쳐 싸워온 UAE가 작년 초 수도 아부다비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당했음에도 미국이 늑장 대응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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