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4조 적자로 사상 최악 성적…"하반기 개선 기대"(종합2보)
2개 분기 적자 5조원 넘어…연간 10조 영업손실 우려도
보수적 생산 계획 유지…"수익성 제고·기술 개발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올해 1분기에만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재고가 감소하는 등 하반기에는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 2개 분기 적자만 5조원…올해 연간 10조 적자 예상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천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8천639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1조8천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2개 분기 적자 규모만 5조원이 넘는다.
다만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3조5천604억원보다는 4.4% 적은 수준이다.
매출은 5조8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1% 감소했다.
순손실은 2조5천855억원(순손실률 51%)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져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삼성전자[005930]도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그나마 사업이 분산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탓에 충격이 더 컸다.
문제는 아직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D램 업황은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 큰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재고는 2분기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고객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출하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분기 실적은 출하 증가 폭 대비 가격 하락 폭이 크기 때문에 전 분기 대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0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1조2천21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수급 안정과 재고의 적정 수준 감소가 확인될 때까지 현재의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메모리 감산 효과 본격화…하반기 수급 상황 개선 기대
다만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고객 보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터는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의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부터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미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 만큼 가격 탄력성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하고 이러한 수요 증가와 감산에 의한 공급 축소가 맞물리며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도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 돌입을 인정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일단 진정된 가운데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반도체 재고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고객사로부터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이에 따라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2분기에는 매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축소로 업계의 공급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년에는 제한적인 생산 증가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불황기의 골이 깊었던 만큼 호황기의 개선 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성능 D램으로 돌파구 마련…HBM3E 내년 상반기 양산 준비
챗GPT 등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 또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멀티칩 패키지(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서버 출하량이나 메모리 성장은 향후 5개년간 최대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D램과 낸드 메모리는 금액 기준으로 보면 향후 5개년간 30% 이상 성장할 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DDR5 고용량 제품은 작년 대비 6배 이상, HBM은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 수주도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사적으로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AI 등 향후 시장 변화를 주도할 산업에 활용되는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도 전체 매출액의 7.2%에 해당하는 4조9천53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기존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공정을 통한 양산 준비에 투자하면서 시황 개선 시 실적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HBM 5세대인 HBM3E 제품 샘플을 준비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HBM3E는 8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를 구현할 전망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여전히 메모리 시장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시장이 수급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 보고 수익성 제고와 기술개발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회복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