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진영, 폭스뉴스 '간판' 터커 칼슨 해고에 당혹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의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극우 성향 터커 칼슨이 최근 해고된 데 대해 미 보수 진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공식 인스타그램에 "충격적이다.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이자, 기꺼이 규범에 도전했던 인물이 폭스뉴스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터커가 어디에 있든 그는 기업의 족쇄 없이 보수주의자를 위한 훌륭한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면서 "DJT(트럼프 전 대통령)를 제외하고는 터커만큼 공화당 지지층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주니어는 해당 글과 함께 칼슨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께 웃는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칼슨은 지난 7년간 폭스뉴스 대표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을 이끌었던 우파 성향 진행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이어왔다.
2019년 6월30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을 당시에도 현장에 동행, 밀착 취재했다.
앞서 2021년 1월 미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두둔하면서 2020년 미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논란을 빚었다.
폭스뉴스는 이 같은 음모론과 관련해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다가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고 최근 7억8천750만 달러(약 1조391억원) 배상에 합의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폭스뉴스는 이날 칼슨과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21일 자 방송이 칼슨의 마지막 진행이었다고 한다.
칼슨의 해고 소식에 미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폭스뉴스가 깨어 있는 무리에 굴복하고 터커 칼슨을 해고하면서 케이블 뉴스들은 강력한 교훈을 얻게 됐다"면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뉴스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겸 회장 찰리 커크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터커는 우파를 새롭게 만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커크는 "그는 러시 림보의 죽음 이후 우파를 재편하는 데 있어 그 누구보다 강력했다"라고도 덧붙였다. 2021년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림보는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꼽힌다. 생전 40여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훈장까지 받았다.
폭스뉴스에서의 퇴출과는 별개로 칼슨은 앞으로도 미 정치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실제 칼슨은 지난달 미 공화당 잠룡으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미국 역할에 관해 묻는 질의서를 보내 총 9명에게서 답변을 받아내는 등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일부 미 보수주의자들은 칼슨에게 대선 출마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칼슨은 7월 아이오와주(州)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행사 '패밀리 리더십 서밋'(The FAMiLY Leadership Summit)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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