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난 아프간, IS 테러 본거지 되나…미 유출 문건서 확인
"IS 아프간 지부, 올해 2월 기준 15건 국제테러 기획 중"
"작년 카타르 월드컵 자살폭탄 등 음모 꾸미기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군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카타르 월드컵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권을 겨냥한 국제 테러 음모를 꾸며온 사실이 드러났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건에 이와 관련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해당 문서에는 '1급 비밀'(top secret)이란 표시와 함께 국방부 산하 기구 다수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IS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9건의 국제 테러를 기획 중이었으며, 올해 2월에는 15건으로 이를 더욱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는 200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각국 주요 교회와 경제 중심지를 공격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올 초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 유럽 극우세력들이 벌인 '쿠란 소각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러시아, 튀르키예 등지의 해당국 대사관에 대한 테러를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이외 지역의 IS 잔당들도 화학무기 제조법과 드론(무인기) 운용 능력 확보를 시도하는 등 나름대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3월 작성됐다는 미 국방부 문건은 작년 여름 항공·화학공학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신원불명의 영국 내 IS 추종자가 미사일·무인기 유도 기술과 화학무기 제조법 전수를 IS에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IS 측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리아나 이라크에 오는 대신 원격으로 관련 정보를 전송할 것을 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라크 등지의 IS 첩보원들은 시리아 명문대 공학도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 IS에 도움이 될지 평가했고, 러시아와 '드론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중량을 탑재할 수 있는 드론 제조 방법을 알아내려 시도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추종자들은 벨기에나 프랑스에서 이라크 외교관을 납치해 수감된 IS 조직원들을 석방하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2019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의 공격에 패망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에 IS 잔당들은 올해 3월 현재 대량파괴무기(WMD)를 손에 넣는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상당한 난관을 겪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문서는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IS 조직원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도·감청하는 데 성공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해당 문건의 진위 확인을 거부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IS의 테러 기획 건수는 늘상 늘었다 줄기를 반복해 왔고 이중 상당수가 실행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면서 "논의는 많이 이뤄지지만 현시점에서 행동으로 드러나는 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군이 철수한 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IS-K를 적대시하며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 당국자는 "탈레반 같은 집단에 우리 대테러 활동이 저당 잡혔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들이 IS-K를 압박하는 건 사실"이라면서 "(미국과 탈레반이) IS 견제라는 상호이익이 되는 목표를 지니는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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