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 업고 급부상하는 인도, '세계의 공장' 중국 대체할까
풍부한 노동력·정부 육성책·미국 지원 '3박자' 갖춰
열악한 인프라와 높은 진입장벽…"최소 30년간 中 추월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인도의 기세가 무섭다.
과거 식민 통치를 받았던 영국을 밀어내고 지난해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에는 인구도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과 탈동조화하는 대신 인도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과연 인도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 임금 낮은 노동력 풍부…미국 첨단산업 지원 나서
23일 국제금융센터의 '인도 경제 역할의 중국 대체 가능성 점검' 보고서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는 탄탄한 인구 구조와 정책 지원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에 인구가 사상 최초로 줄어든 중국과 달리 인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올라설 것으로 유엔은 내다봤다.
생산 가능 인구 역시 2030년 중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의 중위 연령은 29세로,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 평균임금이 중국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영어 가능 인구가 1억 명을 넘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 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인도는 2025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높인다는 목표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중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미국이 중국의 급부상을 막기 위해 전방위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 또한 인도에 호재다.
미국과 인도는 올해 초 인공지능(AI), 반도체, 5G 등 첨단부문에서 협력을 담은 핵심 및 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를 발표했다.
양국은 우선 미 방산업체 GE 에어로스페이스가 인도에 진출해 제트 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2월 미국이 인도에서 수입한 반도체도 총 1억5천만달러(약 2천억 원) 규모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배나 늘었다.
여기에 발맞춰 미국 기업들도 앞다퉈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거의 7년 만에 인도 오프라인 매장 개장식에 직접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예방하는 등 인도에 공을 들였는데,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서 인도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아마존은 자사의 파이어TV를 인도에서 만들고 있다.
인도는 6%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고속도로 5% 불과…봉쇄 풀고 달아나는 중국
하지만, 모든 것에 명암이 있듯 인도 경제의 그림자 또한 분명하다.
중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생산 인프라가 대표적이다.
인도 도로 가운데 5%만이 고속도로이고, 비포장도로는 40%에 달한다.
물동량 기준 세계 50대 항구에 중국은 14곳이나 포진해 있지만 인도는 하나도 없다.
저렴한 인건비와 미흡한 기반 시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도 내 최종 생산비용 절감 효과는 5%에 불과하다고 UBS증권은 분석했다.
인도의 무역 장벽 또한 외국 기업들이 사업을 벌이는 데 큰 걸림돌이다.
인도의 관세율은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외국 기업들은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일정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과도한 규제로 작년 인도 내 유통사업에서 철수했다.
또 지방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고 주마다 법이 지나치게 세분된 점은 외국 기업의 진입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쫓아가는데 코로나 봉쇄를 풀고 다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은 더 멀찍이 달아날 태세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가운데 슈로더 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6.2%로 올렸다.
이 때문에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더라도 최소 30년간은 어렵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상당 기간 인도 경제가 중국을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장 잠재력과 지정학적 수혜 등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중국 시장을 유지하면서 인도 등으로 투자를 늘리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