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소가속페달 하노버 산업박람회…"獨수출 10년만에 뚫어"
레인보우로보틱스, 유럽시장도 진출추진…협동로봇 선보여
김홍균 주독대사 "유럽시장 교두보 독일시장 진출 지원"
(하노버=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10년 동안 발이 닳도록 쫓아다녔는데, 드디어 독일 수출길을 뚫게 된다니 꿈만 같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모터와 펌프·콤프레셔 등 설비를 연결하는 부품인 커플링을 생산해 28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우진산업 최정용 사장은 1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산업기술 전시회인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메세·Hannover Messe)'에서 첫 독일 고객을 기다리며 기뻐했다.
독일에 수출하겠다는 꿈을 안고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지 10년 만인 지난해 겨울 독일 기업에서 첫 샘플 주문을 받았고, 이번에는 본격 주문을 받을 수 있으리란 게 최 사장의 기대다.
그는 "기계 부품을 제일 팔기 힘든 곳이 독일과 일본"이라며 "자기네들 제품을 최고로 쳐서 한국에서 최대기업이 와도 상대를 안 할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64개국에서 4천여개 기업이 참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규모를 되찾아가고 있는 하노버 산업박람회에는 우진산업과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한국 기업 32개사가 통합한국관을 차려 함께 참여했다. LS일렉트릭과 일진하이솔루스 등 독립적으로 부스를 차린 기업까지 포함하면 72개사가 참여했다. 지난 17일 개막한 박람회는 21일까지 계속된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돌아보고 우리 기업들과 대화를 나눈 김홍균 주독대사는 "작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독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국관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독일 시장은 쉽게 안 뚫리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계속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가사 규모는 중국(981개사), 대만(81개사)보다는 작지만, 일본(20개사) 보다는 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6천500여개사가 참여했던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지난해(2천500개사)에 비해 규모를 키우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 중이다.
전통적으로 커플링과 같은 기계산업 부품 경연의 장이었던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올해 미래 제조와 에너지공급 해법을 내놓을 자동화·디지털화와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이었다.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을 위한 '산업 대전환-차별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500여개 기업이 산업현장에서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놨다.
이를 위해 주최 측에서는 1개홀 전체를 수소생산과 수송, 저장기술을 선보이는 데 활용했다.
독일 최대 수소생산장치 제조업체 지멘스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시했다.
우리 기업 중에는 일진하이솔루스가 부스를 설치하고, 수소저장탱크와 수소수송용 특수강관을 전시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주최하는 도이체 메세 요헨 쾨클러 회장은 "이로써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전 세계적으로 수소와 관련한 가장 중요하고 큰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윤현철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장은 "최근 하노버 전시회 트렌드가 기계부품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로봇 및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협회와 협의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한국관의 참가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공장자동화와 관련해 로봇업체들의 전시 참여도 늘어났다.
알레프알파는 휴렛팩커드와 함께 챗GPT처럼 자연어로 제어가 가능한 산업용로봇을 선보였다. 해당 로봇은 제어하는 노동자의 명령과 질문에 응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분 매수 후광을 입고 있는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박람회에 참가해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향후 유럽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재 독일에 대리점 2곳을 운영 중이며, 추가로 대리점으로 활약할 정보시스템통합(SI)업체를 물색 중"이라며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면 지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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