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합의도 깬 수단 군벌…자국민 대피시키려는 각국 고민
우리 정부도 비상…"휴전 약속 지켜져야 대피 가능"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수단의 군벌들이 일시적인 휴전에 동의하고도 계속 싸움을 이어가면서, 현지에 체류 중인 자국민 대피 계획을 세우는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은 전날 24시간의 일시 휴전 합의 이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휴전 개시 예정 시각이었던 18일 오후 6시 이후 수도 하르툼 상공에서는 전투기가 목격됐고, 위성도시 옴두르만 주민은 공습 폭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또 다수의 목격자는 다수의 지상군이 옴두르만으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후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는 상대방의 휴전 합의 불이행을 비난했다.
정부군의 고위 사령관은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지키기 위한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19일 아침에도 하르툼 국제공항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옴두르만, 이스트나일 등 위성도시에서 총성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전투기 중단되었음을 나타내는 어떠한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휴전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시작된 수단 군벌 간의 무력 충돌은 지금까지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를 유발했다.
특히 현지 주재 외교관들과 국제 구호 기관 직원들은 물론 병원 등 의료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긴급 구호 및 의료지원 활동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의약품과 생필품 약탈도 벌어지고 있다.
유엔이 현재 수단의 상황을 '인도적 재앙'으로 규정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수단에 머무르고 있는 60여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보낼 준비에 들어가는 등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주수단 미국 대사관도 현지에 체류 중인 자국민의 신상 정보와 안전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비상 체제를 가동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유사시 교민 긴급대피 계획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단 정부군과 RSF가 미국의 압박 속에 24시간 동안의 일시 휴전에 합의하고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대피 계획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와 SNS 문자 대화를 통해 "일단 (정부군과 RSF의) 휴전 약속이 지켜져야 국외 대피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대피가 가능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수단 미국 대사관도 트위터를 통해 "하르툼의 불확실한 치안 상황과 공항 폐쇄로 인해 현재 정부가 주선하는 대피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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