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핑계로 성폭행 민사재판 늦추려던 트럼프에 판사 '퇴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최근 형사기소를 핑계로 자신의 성폭행 의혹에 관한 민사재판 일정을 늦추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명예훼손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요청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지난주 캐플런 판사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소 5월23일까지 4주간의 '냉각기'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말 맨해튼 지방검찰청으로부터 과거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한 "불리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연기 요청의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캐플런 판사는 서면 명령을 통해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이번 명예훼손 소송은 맨해튼지검의 형사기소와는 "완전히 무관한 사건"이라며 4월보다 5월에 더 공정한 배심원을 선임할 수 있다고 가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캐플런 판사는 최근 형사기소에 관한 언론 보도의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의 주목을 높인 뒤 자신이 홍보한 언론 보도가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캐럴은 지난 1995년 말 또는 1996년 초 뉴욕시 맨해튼의 한 고급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2019년 저서를 통해 폭로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타입이 아니다"며 책을 많이 팔려고 성폭행 주장을 날조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이에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낸 것은 물론,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중단하는 특별법이 시행되자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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