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군부독재의 그늘…미얀마 전통설 띤잔 물축제 4년째 '무색'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설날인 띤잔을 맞이하는 물 축제 사흘째인 15일 양곤 시내는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역 상인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거둬 양곤시에서 구별로 만들어 놓은 물 축제 무대는 물 뿌리는 사람도 물 맞는 사람도 하나 없이 썰렁했다.
양곤 노스 오깔라빠구에서 식당을 하는 쭌 윈(가명·45)은 "무대 만든다고 한 번, 보안요원 보충 비용으로 또 한 번, 60만 짯(약 29만원)이나 돈을 갹출해가서 만든 물 축제 무대인데 찾는 사람이 없어서 물 한 번도 뿌려보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식당도 장사가 잘될 거라고 하더니 평상시 주말보다도 사람이 더 적은데 우리가 갹출한 돈은 어디에서 보상받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2일 군부의 사가잉 지역 민주 진영 임시정부 행사장 공중 폭격에 의한 사망자가 1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곤의 물 축제는 이미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미얀마 지인이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도 물 축제를 하는 곳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니, 양곤시 중남부 지역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와 맞닿은 '피플스 파크'에 물을 뿌리는 대형 무대와 바나나잎으로 만든 작은 그늘집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무대는 제법 커 보였으나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함께 갔던 미얀마 지인이 입구를 찾아 들어가려 하였으나 공무원 가족들과 친군부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당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
양곤시는 이미 공무원 물 축제 총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입구에서는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무대 외곽 쉼터인 그늘집도 온통 경찰이 차지하고 앉아 있고, 그 바깥으로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는 등 경계가 삼엄했다.
총 들고 지키면서 강제로 하는 물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미얀마 최대 축제인 띤잔 물 축제는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1년에는 군부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와 유혈 진압으로, 지난해에는 쿠데타 군부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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