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국립도서관과 협업하는 문화재청 "소장 자료 실태 조사 시급"
"직지 등 한국자료 2천여점 소장한 도서관, 한국과 장기 협력 원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 하권만 있는 게 아니에요. 목판본이기는 하지만 직지보다 오래됐다고 추정하는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檀經)도 있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도 있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를 50년 만에 일반 대중에 공개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전시회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를 계기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채수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은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채 국장은 프랑스 국립박물관에서는 현재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자료가 약 2천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모든 자료가 실제로 한국 것이 맞는지, 또 유물로서 가치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본 실제로 사람은 거의 없는 직지를 전시하는 드문 기회에 직지와 관련한 정보를 보다 내실 있게 제공할 수 있게끔 번역을 지원하고, 직지와 관련한 고화질 사진 등을 제공했다.
문화재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관련 자료를 공동으로 연구·조사하자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과거에는 도서관 측과 약속을 한 번 잡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많이 유연해진 느낌을 받았다는 게 채 국장의 전언이었다.
채 국장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도서관이 보유한 한국 자료의 디렉터리를 구축하고, 그 자료에 담긴 내용을 해독하고, 자료의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 등을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은 앞서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 청주고인쇄박물과 등과 개별적으로 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는 일회적인 협력으로 끝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측과 과학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채 국장이 전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국립박물관 측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간한 '프랑스 국립 기매 동양박물관 소재 한국 문화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유익했다며, 이런 보고서가 있다면 한국 자료를 보관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처음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이 직지를 전시하기로만 했었는데 협의를 거쳐 세미나, 콘퍼런스도 하게 됐다며 "도서관 측과 조금씩 조금씩 신뢰를 쌓아 마음을 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자료는 고서뿐만 아니라 고지도, 탈과 같은 민속 유물 등 다양한데 실태 파악이 안 돼 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도서관에 우리 쪽에서 보존·복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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