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문건 유출 경위 놓고 추측만 무성…내부자 소행? 러 배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미국 정부가 기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문건이 누구에 의해 보안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왔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 내부인의 소행이라는 추측부터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 우크라이나 등 우방에서 샜을 수 있다는 가설까지 다양한 설만 난무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와 보안 전문가 등을 인용해 정보의 주제가 광범위하고 미국 정부만 소지하고 있던 것도 포함된 만큼, 문건을 유출한 것은 미국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첫 보도를 통해 미국 국방부 등이 생산한 문건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유출된 문건은 프레젠테이션 파일 등의 출력본을 촬영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내용을 위주로 하지만 중국과 중동, 태평양지역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인 마이클 멀로이는 로이터에 "유출된 많은 문건이 외부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기밀 정보가 내부적으로 어디까지 공유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일부 당국자들이 로이터에 전했다.
조사 당국은 단순히 조직에 불만을 품은 내부인부터 미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려는 적극적인 의도를 가진 위협 세력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도 기밀 문건 유출 사건에서 '용의선상'에 있다.
러시아는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초기에 주로 미국 당국자들에 의해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은 조사 초기 단계로, 친러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문건은 내용이 임의로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일부 문건은 초기 버전에 비해 이후 버전에서 러시아군의 사망자는 줄어드는 대신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는 늘어났다는 점 등에서 러시아가 문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점만으로 러시아가 문건 유출의 배후에 있다고 보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온라인에 공개된 문건을 러시아측이 입수해 수정한 버전을 다시 뿌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문건은 유출된 이후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일부 문건은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특급 기밀을 담은 것도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SNS에서 떠돌고 있는 민감하고 기밀성이 높아 보이는 문서를 찍은 사진의 유효성을 살펴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 중에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적극 사용하고 있는 S-300 대공 시스템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의 포탄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 극히 민감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또 서방의 무기 지원 현황을 비롯해 이들 무기가 우크라이나군의 어떤 부대에 어떻게 배치될지도 담겨 있다.
봄철 대반격을 준비해 온 우크라이나로선 적잖은 작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이며, 러시아로선 매우 유용한 정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가 유포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유출된 문건의 생성 날짜는 대체로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인데, 이는 미국이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초청해 봄철 작전을 위한 워게임을 벌인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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