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캠프 갔다가 생이별…'러 납치설' 우크라 아이들 일부 귀환
러에 끌려간 어린이 2만명 추정…벨라루스 국경으로 31명 구조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전쟁 와중에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어린이 2만명 중 일부가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서는 4개국을 거치는 복잡하고 긴 구조 끝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30여명이 국경을 넘어 수개월 만에 부모와 가까스로 다시 만나는 가슴 아픈 장면이 나왔다.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에서 쌍둥이 자매와 함께 수주일 일정의 크림반도 여름 캠프에 참가했던 13세 소녀 다샤 라크는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러시아 관리들이 우리가 더 오래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입양될 것이고 보호자가 생길 거라고 했다"며 "우리가 더 오래 머물 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모두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엄마 나탈리아는 딸들을 되찾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벨라루스, 모스크바를 거쳐 크림반도로 가야 했다며 "울타리 뒤에서 울고 있는 남겨진 아이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구조 임무를 계획한 인도주의 단체 '세이프 우크라이나' 설립자 마이콜라 쿨레바는 키이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에 거의 완료된 다섯 번째 구조임무를 통해 31명의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돌아온 아이들은 러시아에 점령된 하르키우와 헤르손에서 끌려간 어린이들"이라며 "5개월 간 숙소가 다섯 번이나 바뀐 아이들도 있고 쥐와 바퀴벌레와 함께 살았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1만9천500여명의 어린이가 러시아나 크림반도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는 그러나 이에 대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송한 것이라며 납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문제에 대한 논평 요구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ICC의 사법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영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납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리보바-벨로바 위원은 이번 주 초 자신의 위원회는 군사작전이 벌어지는 지역에서 어린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행동했다며 부모나 법적 보호자가 실종 상태가 아닌 한 동의 없이 어린이를 이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NGO '지역인권센터'의 카테리나 라셰브스카 변호사는 러시아 관리들이 고의로 어린이들의 귀가를 막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모으고 있다며 "모든 이야기마다 국제법 위반이 많아 처벌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