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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멕시코에선 차를 똑바로 몰면 100%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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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멕시코에선 차를 똑바로 몰면 100% 음주운전?
도로 위의 복병 '포트홀' 부지기수…"지그재그 운전이 정상"
방심하다 부딪히면 휠 파손될 정도…자치단체, 보수공사 안간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살아가면서 방심해선 안 될 여러 가지 상황 중 하나는 차량 핸들을 잡았을 때이다.
특히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사뭇 다른 도로 환경과 규정, 현지인의 독특한 운전 습관에 적응해 안전하게 차량을 몰고 다니는 건 적잖은 이에게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멕시코 역시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절대로 마음을 놓아선 안 되는 주의 사항이 하나 더 있다. 포트홀(도로 파임)을 피하는 일이 그것이다.
현지에서 스페인어로 '바체'(bache)라고 부르는 이 '공포의 구멍'은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도심과 외곽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운전자를 도사리고 있는 '도로 위의 복병'이다.
어떤 포트홀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익숙지 않은 도로를 야간에 달리고 있다면,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의 충격을 최소 2∼3차례 감수해야 할 정도다.
현지인들도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다 접촉 사고를 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멕시코 소셜미디어에는 포트홀을 소재 삼은, 웃기면서도 슬픈 게시물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멕시코 음주 운전자 적발 요령'이라는 글에는 "이곳에선 멀쩡하면 지그재그 운전, 술에 취하면 똑바로 운전합니다. 미국과는 다르지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식이다.
포트홀 사진 또는 영상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세노테에 초대합니다" 같은 조롱을 보내는 이도 있다.
암반 붕괴로 생긴 자연적인 구덩이인 세노테에는 지하수가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햇살을 받으며 수영할 수 있는 멕시코 명물 중 하나다.
운전자들에게 골치덩이인 포트홀을 세노테에 비유한 것이다.



도로 관리를 하는 멕시코 지방자치단체는 정기적으로 포트홀 관리를 하는 한편 주민 신고 접수(멕시코시티의 경우 전화 *0311)를 상시로 받으며 보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그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인력이나 재원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멕시코 대통령궁이 있는 최대 중심지인 멕시코시티 쿠아우테목 자치구 자료를 살펴보니 올해에만 지난 2월까지 1천425개의 포트홀 수리 사례가 보고됐다.
최근 대대적인 포트홀 메우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시티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7만1천785개의 포트홀을 확인하고, 8천300만 페소(60억원) 상당을 들여 보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시티 관리자들은 포트홀 관련 주민 불만 사항에 대해 현지 매체에 "호수를 메워 건설한 도시 특성상 도로 변형이 빠른 데다 지진 등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해를 구하는 편이다.
하지만, 부딪히면 타이어 휠이 손상될 정도로 심각한 포트홀을 한동안 방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겐 한숨만 나올 노릇이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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