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증설·무기보급 등 정보 담겨…"러시아가 일부 수정한 듯"
최초 유출 경위 불분명…친러 채널 중심으로 문건 확산 중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SNS)에 버젓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미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공습에 앞서 우크라이나군을 증강하기 위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은 문서들이 트위터와 텔레그램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문건 확산 차단을 시도했으나 이날 늦은 시간까지도 문건을 모두 삭제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SNS 게시글에 대한 보고를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부서가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건이 SNS에 처음 유출된 경위는 분명하지 않지만, 러시아 친정부 채널을 중심으로 문건이 확산하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NYT는 해당 문건에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보급과 군대 증강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보 체계가 뚫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구체적인 전투계획이 담기진 않았으나 3월 1일 당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들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러시아 입장에서 미 국방부가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우크라이나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소진 속도 등이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내용이다.
하이마스는 탄약고나 기반 시설, 군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무기 보급과 병력 증설 타임라인이 적시된 문서들도 러시아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일급기밀'(top secret) 표시와 함께 '3월 1일 현재 전쟁 상황'이 적힌 한 문서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독일 비스바덴 미군기지 기동훈련 참여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문서에 따르면 이튿날인 3월 2일에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이 훈련 현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서에는 1~4월 사이 우크라이나군의 부대, 장비, 훈련 목록도 포함돼 있었다.
이 문서에는 12개 전투여단을 조직 중이라는 정보와 함께 그중 9개 여단은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9개 여단 중 6개는 3월 31일까지, 3개는 4월 30일까지 준비될 예정이며 전차 250대와 장갑차 350대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기록됐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해당 문건의 일부 내용이 러시아에 의해 수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위 판단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일례로 문건을 보면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군은 1만6천~1만7천500명, 우크라이나군은 7만1천500명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나오는데, 이는 미 국방부와 전문가들의 그간 발표와 차이가 크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문건이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떠나 출처가 러시아일 경우엔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정보 유출을 우려해 미국과 전투계획을 공유하는 것을 꺼려왔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미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전투계획보다 러시아의 전투계획에 대한 정보가 더 많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가을께부터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정보 교류는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미국이 작전사령부와 탄약고 등 러시아 핵심 기지의 좌표를 제공하며 우크라이나는 정밀 요격이 가능해졌다.
acui7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