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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핀란드 등 수반, 다시 남자로…'여풍' 속속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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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핀란드 등 수반, 다시 남자로…'여풍' 속속 꺼져
유엔 193개국 중 여성 정부 수반 12명뿐…여성 지도자 평균 임기 '2.1년'
"남성이 안보에 강하다는 편견·성차별적 보도가 여성의 정치활동 어렵게 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뉴질랜드, 핀란드, 스코틀랜드 등에서 여성 국가 정상이 잇따라 사임하고 그 자리를 남성 지도자들이 채우면서 전 세계 정치권에 불던 '여풍'이 잠잠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여성이 정부 수반으로 있는 국가는 12개국에 불과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엔 회원국 중 17개국에 여성 지도자가 있었지만, 올해 일부 국가에서 여성 지도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여성과 남성 지도자 수의 격차가 또다시 벌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지난 2017년부터 5년 3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한 저신다 아던 전 총리는 지난 1월 에너지가 모두 고갈됐다며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37세에 총리에 올라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과 함께 재직 중 출산 등 숱한 화제를 낳은 그는 사임 발표와 함께 현장에 있던 약혼자에게 청혼해 주목받았다.
핀란드에서는 파티 영상 유출로 도마 위에 오른 산나 마린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지난 2일 치러진 총선에서 3위에 머물면서 실각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해온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가 돌연 사임 발표를 했다.
그는 작년 12월 법적 성별을 쉽게 정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성 인식법'을 두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는데, 정확한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몰도바에서도 지난 2월 경제학자 출신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경제적 여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들 국가 여성 수반들이 물러난 자리는 새로운 남성 지도자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사임했지만,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불안정한 안보 상황이 여성 정치 지도자들의 지위를 위태롭게 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라 트로브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연구하는 페데리카 카소 박사는 "산나 마린 총리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는데 일조했지만,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남성이 국방과 안보에 더 강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18년에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정치 지도자의 성별에 따른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유권자 대다수는 정치 지도자의 성별과 능력이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예외적으로 교육과 보건 분야에는 여성이, 안보와 국방에는 남성 지도자가 더 유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정치인과 달리 여성 정치인의 외모나 행동거지에 초점을 맞춘 성차별적 언론 보도가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해 여성의 정치 활동을 어렵게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린 전 핀란드 총리는 파티에서 찍힌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출된 뒤 사생활에 대한 언론의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지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마린 전 총리가 작년 12월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와 만났을 당시엔 "두 사람이 나이가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아서 만나는 것이냐"는 남성 지도자들에게 하지 않을 법한 질문으로 한 뉴질랜드 기자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아던 총리는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와 존 키(전 뉴질랜드 총리)가 만났을 때도 그런 질문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되물으며 "정치권에 남성 비율이 높지만 두 여성이 만나는 것은 단지 젠더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카소 박사는 "언론의 성차별적인 보도는 선거 운동을 위한 여성 지도자들의 모금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여성 정치 지도자의 평균 임기는 2.1년으로 매우 짧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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