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양귀비 단속 강화…금지령 이어 경작지 파괴
마약중독 폐해 갈수록 심각…'경제난' 속 단속 실효성은 의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최대 아편·헤로인 공급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집권 세력 탈레반이 마약 원료로 쓰이는 양귀비 재배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압둘 나파이 타쿠르 탈레반 정부 내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아프간 내 양귀비 재배지 0.63㎢ 이상이 당국에 의해 제거됐다고 밝혔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타쿠르 대변인은 "이번 작업은 마약 담당 경찰들에 의해 전국의 여러 주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날 신화통신이 지방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집계한 양귀비 재배 단속 실적은 중앙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 헤라트주의 한 관리는 신화통신에 "지난 25일 동안 0.98㎢의 양귀비 경작지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 이후 양귀비 재배·마약 유통 근절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인구 4천만명 가운데 350만명 이상이 마약에 중독될 정도로 갈수록 폐해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는 지난해 4월 양귀비 재배 금지 포고령을 내리면서 "위반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다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탈레반은 지난해 수확 중인 양귀비에 대해서는 금지령을 면제해줬고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경작지 규모가 전년보다 오히려 32% 늘기도 했다.
이후 탈레반은 작년 말부터 양귀비 재배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마약 유통과 제조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헤라트주에서 헤로인, 해시시, 양귀비 등 마약 25t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기도 했다.
헤로인은 아편으로 만들어지며 아편은 양귀비 추출 물질이 원료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은 세계 아편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탈레반 정부가 이처럼 마약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둘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경제난과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아프간 농부 입장에서는 양귀비가 쉽게 재배 가능한 '고소득 작물'이라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귀비는 다른 농작물보다 물이 적게 필요하며 심은 후 5개월만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일단 아편으로 가공되면 별도 냉장 시설이 없더라도 수년간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익성도 다른 작물보다 훨씬 높다.
탈레반은 지난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인 2000년에도 양귀비 재배를 금지한 적이 있다. 당시 조처로 양귀비 생산량이 9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1년 미국에 의해 정권을 잃은 후에는 양상이 바뀌었다.
자체 점령지 농민들로부터 양귀비 판매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들였고 직접 마약을 거래하며 재원을 확보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