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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선제투자로 주도권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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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선제투자로 주도권 굳히기
'LCD 저가공세' 중국 맹추격…'투자 실기' 일본은 경쟁서 밀려나
삼성디스플레이, 4.1조 투자로 2026년 8.6세대 IT OLED 생산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적극적인 선제 투자로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일 발표한 4조1천억원 규모의 최첨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투자는 격화하는 경쟁 구도에서 시장 지배력을 지키려는 초강수로 받아들여진다.

◇ 한중일 '디스플레이 삼국지'…빠르게 주도권 이동
초기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한 나라는 LCD(액정표시장치)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일본이었다.
LCD 수요가 늘면서 일본이 주도해온 LCD 시장에 1995년 삼성과 LG가 뛰어들었다. 이어 1999년 하반기부터 대만 업체들도 진출하며 생산 경쟁이 본격화했다.
일본이 당시 차세대 분야인 5세대 LCD 투자에 머뭇거리는 사이 한국이 5세대 LCD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2004년 처음 세계 LCD 시장 1위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0년까지 17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은 2021년 세계 LCD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업체들은 'LCD 치킨게임'으로 약화한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잇따라 LCD 사업을 접고 고부가가치 OLED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생산을 중단하고 자발광 기술인 QD(퀀텀닷)-OLED로 기술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작년 말 TV용 LCD 패널의 국내 생산을 종료했다.
한국은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71%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OLED 분야에서도 중앙·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한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 일본 OLED '투자 실기' 반면교사로
이 와중에 일본의 유일한 OLED 생산업체인 JOLED가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JOLED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밀린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뒤집고자 2015년 소니·파나소닉·재팬디스플레이(JDI) 등과 민관공통투자펀드 합작으로 만든 회사다.
삼성과 LG 등은 유기물을 증착해 OLED 패널을 제조하는 반면, JOLED는 효율 면에서 뛰어난 '잉크젯 프린팅' 생산 방식을 내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생산 속도가 빠르고 재료 사용량도 적어 효율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JOLED는 적자에 시달렸다.
업계에서는 JOLED의 실패 원인을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과 투자에서 모두 실기한 결과로 분석한다.
과거 LCD 최강자였다가 대형 투자 라인 투자 시기를 놓치면서 시장에서 밀려난 일본은 JOLED 파산으로 OLED 시장에서 회생할 기회도 잃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 변화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간 주도권이 다시 중국으로 넘어갈 기세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기술에 대한 과감한 선제 투자는 'K-디스플레이'의 주도권을 사수할 승부수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1천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패널을 생산, LCD가 장악한 태블릿·노트북 시장 중심 기술을 OLED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주도권을 쥔 OLED 기술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디스플레이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규 라인이 완성되는 2026년이면 IT용 OLED를 연간 1천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IT용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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