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작년 영업익 15% 줄어…올해도 실적개선 난항
증권가 "1분기 영업이익 50% 급감 예상…'어닝 쇼크' 빈발할 듯"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송은경 기자 = 작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 여파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1분기에도 상장사 실적 충격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작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14.7%↓…한전·삼전 제외하면 증가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60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작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천814조9천183억원으로, 전년(2천319조8천841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원자잿값 상승 및 이자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은 159조4천124억원으로 전년(186조8천947억원) 대비 14.7% 감소했고, 순이익도 131조5천148억원으로 전년(159조463억원)보다 17.3% 줄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도 각각 5.66%, 4.67%로 전년보다 2.39%포인트, 2.18%포인트 감소했다.
연결 매출액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015760]을 제외해도 이러한 추세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영업이익(-14.2%)은 비슷하게 감소했고, 순이익(-36.33%) 감소율은 더욱 높아졌다. 작년 누적 33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은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영업이익(-0.35%), 순이익(-5.06%) 감소 폭은 축소됐다.
다만 두 기업을 모두 제외했을 때는 영업이익(5.37%)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순이익은 19.35%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은 매출,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순이익은 줄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 1천100개사의 연결 기준 작년 매출은 273조3천8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늘었고, 영업이익은 15조3천721억원으로 0.8% 늘었다. 순이익은 8조6천7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줄었다.
영업이익률(5.6%)과 순이익률(3.2%)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포인트, 1.8%포인트 하락했다.
◇ 한전 영업손실 33조원…철강·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 부진
업종별로는 한국전력이 속한 전기가스업, 철강, 건설업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17개 업종 중 운수장비, 운수창고업(87.68%), 운수창고업(53.51%) 등 9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전기가스업 등을 포함한 8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에도 연료비 급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대폭 증가했다. 전기가스업은 30조2천2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2억8천3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철강금속(-34.84%), 건설업(-21.81%), 전기·전자(-21.64%), 화학(-12.39%) 등 원자재 영향을 많이 받거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006800]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작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전기전자 업종이 부진했다"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설비투자가 감소한 영향으로 철강금속, 건설 등 업종의 영업이익 감소율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종 중에서는 은행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지만, 증권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금융업 43개사(개별 제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1조8천389억원, 순이익은 32조8천428억원으로 각각 9.61%, 7.89% 감소했다.
금융지주(0.48%), 은행(14.70%), 보험(0.21%)의 순이익은 늘어난 반면 증권(-51.31%)은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업종별로는 반도체·IT부품 제조 중심의 IT 하드웨어 업종의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8.5%, 23.0% 증가했고, 운송장비ㆍ부품 제조업은 매출이 19.0%, 영업이익이 89.1% 증가했다.
유통, 건설 등 대부분의 기타 업종은 매출이 증가했으나, 이익률 악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 증권가 "1분기 실적도 역성장…'바닥' 확인되면 주가는 반등 가능성"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상장법인 165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조8천284억원이다. 이는 작년 1분기 영업이익 50조5천443억원 대비 50.88% 급감한 수준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당장 이달부터 시작되는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빈발하는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합산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코스피 순이익 전체로 확장해봐도 전년 대비로는 70.2% 감소, 전분기 대비로는 24.2% 감소해 모두 극심한 실적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에 기인한 반도체 수출 감소와 중국 수요부진 영향이 6개월 연속 한국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연결되는 현 상황에서 당장 시장 컨센서스 이상의 실적 호조를 기대하긴 무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미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역성장을 기록해도 낮아진 눈높이를 크게 밑돌지만 않는다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반도체 업황 부진이 더해지면서 이미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진 상태"라며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으로 상반기 실적은 하반기 대비 더욱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특히 올해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는데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경우 이익의 상향 조정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론 1분기 실적 시즌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실적 눈높이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게 확인될 경우 시장 전체 주가의 하방 경직성은 강해지고 추가적인 상승 시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