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예금금리 '3%대' 시대…긴축 무색하게 1년전으로 뒷걸음
시장금리 하락에 은행 자진인하 경쟁 겹쳐 대출금리 작년 2월 수준으로
'4%대' 특례보금자리론 매력 뚝…정기예금 금리, 기준금리 3.50% 밑돌기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오주현 기자 =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다 '돈 잔치' 비난으로 은행 간 가산금리 인하 경쟁까지 겹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예금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내려앉았다.
약 1년 반에 걸친 지속적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들의 체감 금리가 약 1년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통화 긴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금리가 일반적으로 4%대인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매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주담대 약 한달새 0.75%p 급락해 3%대로…작년 2월 수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0∼5.856% 수준이다.
약 30일 전인 같은 달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50%포인트(p)나 급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525%포인트(4.478%→3.953%) 떨어진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지표금리 낙폭(0.525%포인트)보다 실제 대출금리가 더 많이(0.750%포인트) 내린 것은, 지난달 은행들이 앞다퉈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0.3%포인트 안팎 가산금리까지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3%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여만에 처음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750∼6.120%)도 한 달 사이 하단이 0.670%포인트, 상단이 0.330%포인트 낮아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0.339%포인트)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현재 연 4.190∼6.706%로 하단이 0.730%포인트 내려왔다. 지표금리 코픽스(COFIX)의 0.290%포인트(3.820%→3.530%) 하락에 가산금리 인하가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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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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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3월 3일│2023년 3월 31일 │하단,상단 변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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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4.920∼6.946% │연 4.190∼6.706%│-0.730%p, -0.240%p │
│변동금리(신규 │ │││
│코픽스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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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4.410∼6.522% │연 3.660∼5.856%│-0.750%p, -0.666%p │
│혼합형금리(은 │ │││
│행채 5년물 기 │ │││
│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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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주택 │연 4.510∼6.677% │연 4.040∼6.412%│-0.470%p, -0.265%p │
│금융공사 보증.│ │││
│2년만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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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연 5.420∼6.450% │연 4.750∼6.120%│-0.670%p, -0.330%p │
│1등급·1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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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신규취 │3.820%│3.530% │-0.290%p│
│급액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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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5년물(A│4.478%│3.953% │-0.525%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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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1년물(A│3.932%│3.593% │-0.339%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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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밑도는 3.4% 정기예금 금리
최근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아예 기준금리(3.50%)를 밑돌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현재 연 3.40∼3.80% 수준이다.
공시된 각 은행 상품별 12개월 만기 최고우대금리는 ▲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4% ▲ 농협은행 NH내가그린(Green)초록세상예금 3.50% ▲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0% ▲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 3.43% ▲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0% 순이었다.
◇ 기준금리 수수께끼…"통화정책 변곡점에서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 예상 반영"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처럼 대출·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현상에 대해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기 직전의 변곡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최근 시장에 예전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따라가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변곡점에서는 정책금리가 시장금리를 따라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나 한은의 기준금리가 곧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있고, 중앙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시장금리 동향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특히 장기물 금리에는 올해와 내년, 내후년의 금리 기대가 녹아있는데,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는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예상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직 한은이 긴축 기조를 강조하는데도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는 양면이 있다"며 "대출이 많은 분에게는 이자 부담이 줄어서 좋은 일이지만, 물가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높아 좀 더 긴축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사례도 있듯이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방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시장금리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반응하지 않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대출금리의 급락은 정책금융상품 활용을 고려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도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전격 대출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합한 고정금리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는 일반형에 연 4.15∼4.45%, 우대형에 연 4.05∼4.35%가 적용된다.
사회적배려층, 저소득층 청년, 신혼가구 등이 우대금리를 최대한 받으면 연 3.25∼3.55%도 가능하지만, 신청자 상당수는 4%대 금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3%대 중반까지 떨어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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