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후손?' 美, 흑인 인구분류 세분화 검토…찬반 비등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국 정부가 각종 공문서의 인종·민족 분류 체계를 개편하면서 조상이 노예였는지 여부에 따라 흑인을 세분화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흑인을 노예 후손과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는지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구총조사를 비롯해 각종 정부 문서에 반영되는 인종·민족 분류 체계의 개편을 위한 작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스페인 언어권 출신인 '히스패닉'과 중남미 지역 출신을 뜻하는 '라티노'는 따로 분류하지 않고 하나의 범주로 합칠 것을 제안하는 등 일부 분류 체계는 구체적인 개편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노예 후손 여부에 따른 흑인 분류 세분화는 공식적인 개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흑인 분류의 세분화는 조상이 노예였던 흑인과 노예 제도가 사라진 뒤 이민 온 흑인 간에 인구통계학적 차이가 있는 만큼 지원 정책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흑인 사회에서도 제기돼온 데 따른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실제 조상이 노예 출신인 흑인은 비교적 최근에 이민 온 흑인과 비교하면 부나 교육 측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실무그룹이 주의회를 상대로 노예 후손 흑인에 대한 배상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흑인의 가계를 검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족보 사이트 제휴도 고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공무원들이 고용 문서에 노예 후손인지를 명시할 수 있게 하는 규정도 도입했다.
하지만 연방 정부 차원의 분류 체계 개편은 파급 효과가 다른 만큼, 찬반 여론이 만만치 않게 대립하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마이크 곤살레스 연구원은 "흑인 인구 집단의 세분화는 미국 사회를 더욱 분열시킬 위험한 조치"라며 확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차라리 1970년 인구총조사 이후 삭제된 부모 고향에 대한 항목을 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부 사이트에서 흑인 분류 세분화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마이클 힉스는 "지원이 절실한 인구 집단에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려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은 상징적인 의미를 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에 대한 환상이 깨진 뒤 노예 후손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정치인 지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 유학생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노예 후손이 아닌 흑인이다.
분류 체계 개편 작업을 지휘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런 의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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