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관광 재정지원만으론 획기적 내수 활성화 한계
(서울=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총 100만 명에 1인당 숙박비 3만 원씩을, 19만 명에 휴가비 10만 원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50여 개에 달하는 메가 이벤트, 대규모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전국 130개 이상 지역축제도 테마별로 확대하는 한편, 지역축제와 연계해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공공기관 시설 무료 개방도 늘리기로 했다. 또 문화비·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씩 한시적으로 상향하고 유원시설과 케이블카 입장권 비용도 기업의 문화 업무추진비로 인정하기로 했다. 올해 방한 관광객 1천만 명 이상 유치를 위해 일본·대만 등 입국 거부율이 낮은 22개국을 대상으로는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한시 면제키로 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고삐를 다잡은 것은 환영할만하다. 이번 조치로 국내 관광산업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는 일정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외경제 여건의 악화로 우리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내수까지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고 있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1월 기준 103.9로 지난해 8월 이후 5% 안팎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가을 이후 국내 소비가 5% 감소했다는 얘기다. 지금의 추세라면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수입이 줄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여행자들에게 일시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침체에 빠진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수 위축의 근본 원인은 고물가·고금리 때문이다. 금융·재정과 같은 거시 경제 정책이 동원되지 않는 한 일시적이고 지엽적인 대책들은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고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규모 재정집행 정책은 재정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문제는 겹악재에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제대로 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려면 국회가 민생 살리기 법안을 만드는 것일 텐데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함께 머리를 맞대도 해결책이 나오기 힘든 판국에 서로 등을 돌리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국민의 삶을 생각해서라도 정치가 하루빨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랄 뿐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