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박탈 위기에 인니 대통령 "정치·스포츠 혼동말자"
축구협회장 FIFA와 논의차 제네바행…총선 앞두고 무슬림 눈치보기 지적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오는 5월부터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유치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이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나서 국민들을 향해 정치와 스포츠를 구분해 달라고 호소했다.
29일(현지시간)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강력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우리의 외교 정책과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확신한다"라며 "스포츠와 정치 문제를 혼동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회장이자 공기업부 장관인 에릭 토히르 회장이 FIFA와 이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다고 밝혔다.
다만 에릭 회장이 FIFA와 무슨 이야기를 할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에릭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U-20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지만 이후 이스라엘이 유럽 예선을 뚫고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이런 반 이스라엘 정서는 스포츠와도 연결돼 1962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 때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막았으며 2006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여자테니스 국가대항전인 페드컵(현 빌리진 킹컵)은 출전을 포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허용하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강성 이슬람 단체들은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FIFA는 오는 3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조 추첨식을 취소했다. 또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서 인도네시아를 대신해 U-20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지 일간 콤파스는 내년에 있을 선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의 입국을 막기 위해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반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인구의 80%가 무슬림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무슬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축구에 대한 인기도 매우 높기 때문에 이번 일로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U-20 월드컵 유치권을 빼앗기고 향후 열릴 FIFA 주관 각종 대회로 징계가 이어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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