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데이지꽃, 꽃가루받이 위해 가짜 암컷 무늬로 수컷 파리 유인"
英 연구팀 "기존 유전자 3개 공동 작용으로 가짜 암컷 3차원 무늬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꽃가루받이를 위해 꽃잎에 가짜 암컷 파리 무늬를 만들어 수컷을 유인하는 남아프리카 데이지(Gorteria diffusa)에서 3차원 파리 무늬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과 그 기능이 밝혀졌다.
27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벌리 글로버 교수팀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남아프리카 데이지가 각기 다른 기능의 유전자 3개를 이용해 꽃잎에 수컷 파리를 유인하는 가짜 암컷 파리 무늬를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 데이지는 데이지과에 속하는 다른 꽃들이 꽃잎 전체에 고리 형태로 반점 같은 단순 무늬를 만드는 것과 달리 꽃잎 위에 정교하고 입체적인 가짜 암컷 파리 무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 파리는 꽃잎의 무늬를 암컷으로 오인해 짝짓기를 시도하다가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돌아다니면서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남아프리카 데이지가 가짜 파리 무늬를 만드는 유전자를 별도로 진화시킨 게 아니라 각각 다른 기능이 있는 기존 유전자 3개로 가짜 암컷 파리 무늬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먼저 가짜파리 무늬가 없는 꽃잎과 무늬가 있는 꽃잎, 점무늬 꽃잎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분석, 철분 수송 유전자와 뿌리털 성장 유전자, 꽃피는 시기 제어 유전자 등 3개가 가짜파리 무늬를 만드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각 유전자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 철분 수송 유전자는 원래 적자색인 꽃잎에 철분을 공급해 무늬가 파리와 같은 청록색을 띠게 하고, 뿌리털 성장 유전자는 무늬에 입체적 질감을 주며, 꽃피는 시기 제어 유전자는 가짜파리 무늬가 나타나는 위치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로만 켈렌버거 박사는 "애초 가짜파리 무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유전자와 변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데이지는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 3개 활용해 이를 훨씬 빨리 이뤄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혹독한 사막 환경에서 서식하는 남아프리카 데이지는 짧은 우기에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해서 후손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가짜 암컷 파리 무늬로 많은 수컷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생존과 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생명체 대부분과 비교할 때 남아프리카 데이지 등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을 속이는 식물들은 진화적으로 비교적 근래인 150만~200만년 사이에 생겨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로만 켈렌버거 박사는 "이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새로운 기관을 진화시킨 것과 같다"며 "수컷 파리는 단순한 점무늬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지만 가짜파리 무늬에서는 오래 머무르며 짝짓기를 시도해 꽃가루받이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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