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풍파 막고 디커플링 돌파…中 당정개편에 '미국 그림자'
당중앙 금융위, 미국발 리스크 관리…과기위, 핵심기술 돌파구 지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16일 공개한 당정 기구 개편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열세를 극복하고 '미국 리스크'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당정 조직개편안을 소개한 신화통신 보도문에는 당 중앙 금융위원회와 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 신설 취지를 설명하는 대목 등에서 '집중통일영도 강화'라는 표현이 3차례 등장했다.
시 주석으로의 결정 권한 집중을 의미하는 집중통일영도가 금융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승부처인 핵심 과학기술 영역에서 '혈'을 뚫고, 미국발 금융 리스크가 중국 경제의 정상궤도 복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 주석 중심의 당 중앙이 금융·과학기술 등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읽혔다.
우선 당 중앙 금융위원회와 금융공작위원회 신설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금융 안정성'에 집중한 전략적 움직임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금융권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 서방 경제권의 금융 관련 잠재적 억압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썼다.
신화통신이 보도한 당정개편안에 따르면 금융과 관련한 정책 결정 및 조율을 맡을 사령탑 격인 당 중앙 금융위는 금융 안정화와 금융 발전 방안을 최고위급에서 설계 및 총괄 조율하고, 추진한다.
또 금융 안정화 및 발전 방안 실행을 감독하고, 금융 영역에서 중대한 정책과 문제에 대해 연구 및 심의하는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 금융 리스크의 예방 및 관리를 당 중앙에서 총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당의 영도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금융공작위원회'도 신설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대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는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 중앙 금융위 설치를 통해 금융 리스크를 당 중앙이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 설립 결정에는 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맞서 과학 기술 자립·자강을 이루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앙 과기위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중대 전략과 계획, 정책을 연구·심의하고 국가의 전략적 과학기술 관련 임무와 중대한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검토해서 확정하는 일을 맡는다. 또 국립 실험실 등 전략과학기술역량을 총괄 배치하고, 군·민과학기술 융합 발전을 총괄 조정한다.
쉽게 말해서 국가가 예산을 대량 투입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분야를 결정하고, 그 연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역량을 배분하는 역할을 시 주석 중심의 당 중앙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최근 미국이 자국 차원에서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네덜란드, 일본 등 우호국이나 동맹국을 거기에 동참시키며 핵심 전략 기술 영역에서 중국을 도태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 맞서려는 의지가 읽힌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중앙 과기위의 업무 중 '군·민과학기술 융합 발전의 총괄 조정'이 포함된 것은 첨단 무기 개발 부문에서 민·관이 함께 하는 거국 체제를 만들 것이며, 그 사령탑을 당 중앙 과기위가 맡을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지난 8일 군과 무장경찰 부대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전략 자원의 통합', '전략 역량의 일체화한 운용' 등을 거론했는데, 이 역시 첨단 무기 개발 등에 민관 합동으로 총력전을 벌일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최대의 무기생산 및 공급, 수출업체인 중국병기공업그룹 총경리를 지낸 장궈칭을 부총리로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에 확정된 당정 조직 개편안 이행은 중앙의 경우 올해 말까지 완성되도록 한다는 목표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신설 기관들의 수장 등에 대한 인사와, 신설 조직의 본격적인 활동 개시는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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